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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馬처럼 걷는 경기 여행

관곡지 연꽃을 찾아가는 길

 

 

 

 

관곡지 연꽃 찾아가는 길

 

 

 

오랜만에 초록 들길을 걸을 수 있어 행복했다.

초록 들판과 밭두렁에 심은 콩과 고구마와 바람에 몸 뉘이는 초록 벼를 보면서

중학 시절

방과 후 귀가하던 길에 자주 걸었던 열 두 방천이 생각났다.

 

 

 

 

 

 

지금은 누군가의 할머니가 되어있을

홍교동 한약국 집 딸, 낙안 성북리 거시기, 우리 동네 그 아이, 밤이면 홍교다리에서 나를 기다리던 속 없던 애,

중학생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서울 유학시절에도 방학이 되면

해 질 녘 혼자 고향 열두 방천 걸으며, 제석산 올려다 보며 고운 꿈을 꾸고, 초록의 낙안벌 보며 내 꿈을 다지고,

황혼의 붉음을 보며 꿈 키웠는데

어느새

환갑 지난 63세의 나이로 등에 배낭을 메고 카메라 목에 걸어 논두렁을 걸어본다.

 

 

지금은 찰옥수수가 대세를 이루지만,

내 어렸을 적 우리가 살던 곳에는 찰옥수수는 없었고, 삶아도 입안에서 옥수수 알맹이들이 달리기를

하던 메옥수수뿐이었다.

1973년 한 여름에 입대하여 광주포병학교 하사관후보 교육을 마치고 강원도 화천에 가서 처음으로 찰옥수수

맛을 보았는데 옥수수가 그렇게 맛이 있음을 알았다.

 

 

관곡지가 있는 권씨가 한옥이 늘어진 수양버들과 잘 어울린다.

 

 

 

 

 

 

 

 

 

 

 

 

 

 

 

 

 

 

 

 

 

 

 

 

 

 

 

 

 

 

 

 

 

 

 

 

 

 

 

 

 

 

 

 

 

 

 

 

 

 

 

 

 

 

 

 

 

 

 

 

 

 

 

 

 

 

 

 

 

 

 

 

 

 

 

 

 

 

 

 

 

 

 

 

 

 

 

 

 

 

 

 

 

 

 

 

 

 

 

 

 

 

 

 

 

 

 

 

 

 

오늘이 초복이고 아직 중복, 말복이 남아 더위는 이제 본격적인 심술을 부리려 하는데, 철 잃은 코스모스 피어

벌써 더위 물러가라고 농성하다가 뜨거운 햇볕을 견디지 못하고 목말라 애태우고 있다.

 

 

 

 

저멀리 조그만 동산에서 연꽃밭이 시작하여 여기까지 이니

관곡지 연밭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관곡지 연밭을 걸어보니 새로 조성하는 연밭도 있고 생각 이상으로 넓었다.

어느 곳은 지금 한창 연꽃이 피었으나,

60% 아상은 아마도 7월 말경 즈음 연꽃이 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며, 기회가 닿으면 다시 한 번 오고 싶었고,

나처럼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이제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가야 하겠지.

 

 

귀갓길 풍경

어느 농가 비닐 창고 앞에는 여름꽃 능소화가 뜨거운 햇볕 아래 누군가를 기다리다 견디지 못하고

처연하게 꽃송이를 통째로 떨어트리고 있고,

 

 

농가 텃밭에는 싱그러운 오이와 야동에서 본 건장한 흑인의 거시기처럼 크고 빛이나는 짙은 자줏빛 가지를 보니

고향이 더욱 그리운 것은 나도 이젠 나이가 들고 있음이라.

 

흰 도라지와 잉크색도라지 꽃들이 어여쁘다.

젊었을 적에는

백합이나 장미처럼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이 좋더니, 나이가 드니 호박꽃도 정겹고, 도라지 꽃도 아름다움을 알게 한다.

 

 

이런 저런 일에 무거운 마음 훌훌 털어버리고, 걷고 싶은 들길 따라 참깨꽃이 하얗게 초롱불을 밝히고 있었다.

마치

고향 길처럼......

 

사마귀 한 마리가 칡잎에 앉아 햇볕에 고생한다며 쉬었다 가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