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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11월

   

 

 

 

11월

 

 

계곡

마른 가지에 대롱거린

적막.

 

비틀거린

사슴 

한 마리 

 

바위틈

숨은

삿갓 샘 찾아

 

축이고

은빛 억새 사이로 사라지면,

 

산국(山菊)

종일

깔끄막 오르내리다

 

주저앉은

가을도

겨울도 아닌

달.

 

산다는 것은,

 

살점 뜯기워도

침묵하는

등신

 

아니,

 

나뭇가지 붙든 낙엽의

젖은

눈망울처럼

 

쓰다 버린

엽서

 한 장

서툰 바람에 유영하는 것일까?

 

떠남이 없다면

만남의 환희도 없을 것이라는

 먼 곳

 

 정겨운 임 말씀이

 석란(石蘭)처럼

가난한 가슴 움켜잡는

 

해 질 녘 

누군가

붉은 상흔이

 

나의 번뇌보다

더 애틋한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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