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화천 사방거리에서
삼팔선
지나면
민통선
그 너머
바람만 왔다 가는 휴전선이
있지
억새처럼
빛바랜
추억이 바람에 흔들리고
길 가
먼지 입은 자줏빛 싸리꽃은
누님처럼 정겨운데
내 젊은 청춘이
길 잃고
헤매던 거리에
반백 중년 되어
홀로
섰다
사연 많은 골짜기 닮은
찌그러진
주전자
입술
사이
새어 나오던
달작지근한 홍시 냄새도
흔적
없고
밤새
두둘기던 젓가락 리듬도 사라진
골목엔
뜬금없는 네온 싸인
홀로
숨 가쁘다
너무 멀리 와 빛 바랜
세월이
서글퍼
젖통 빈약한 춘심이 품에
취해
잠들었다
지금은
내 앞을 지나도 모를
군상(群像)
기억할 수 없어 미안한
소중한
이름들
강원도
화천 사방거리에
두고
반백
중년 환영(幻影)의 바짓가랭이 붙잡고
밤새
눈물로 삼팔선과 민통선을
넘나들었다
- 40년이 지난 어느 날 -
전역한 지 꼭 40년만에 같이 근무했던 한 전우와 우연히 정말 우연히 연락되어 만났다.
2015년 2월 5일 13:30
멀리 보이는 얼굴은 64세의 장년이지만, 20대 풋풋했던 모습이 보여 반가웠다.
40년 얘기를 어찌 다 할 수 있을까만,
오후 내내 많은 전우의 좋은 소식도 듣고 안타까운 소식도 들으며,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그러나
살아있는 것이 삶이라 참으로 얄궂은 기억도 있었다.
나는 나일 뿐 네가 될 수 없다는 것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상대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 시절 군이란 매우 특별한 상황에서,
나로 인해 아직도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전우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설사
그럴지라도
당연히 만나 술 한 잔 마시며 그런 기억 지워주어야 옳지만,
살아온 긴 세월의 흔적들과 40년 동안 혼자만의 좋은 기억의 충격이 너무 커 마음이 정리될 때까지
당분간 연락을 멈추기로 했다.
전우들에게
진실로 미안함을 가지고.
1974년 병영일상
ATT훈련때 식사
1974년 겨울 899대대 A포대 2포반원(8"곡사포)
정범식중위(전포대장),장천규부사수,김진목, 김정호, 지형호1번포수,김성호, 지OO,김옥생상사(인사계)
오준근사수, 정성식월남병장, 나(포반장),심대섭, 김영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