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공원 국화 전시회
언제: 2010.10.17. 일요일
여름 더위에 시달린 후유증으로 꽃을 감상할만한 여유가 없는 가을 시작이지만 조석간의 찬 기운이 들며 가슴이 허해지고
누군가 그리워지는 가을 가운데 들어서면 코스모스가 제격이다.
고운 입술을 바르고 싱그럽게 웃는 코스모스를 보며 행복을 느끼고 하늘거리는 가녀린 허리 놀림에 불륜을 꿈꾸곤 한다.
그러다
차츰 찬바람 불고 둥근 달 오르면 철새가 떼 지어 남으로 남으로 울며 내려가면 그때는 국화가 제격이다.
서리 내리는 소리에 놀라 잠을 설치다 이불을 덮는 새벽,
옛 인연의 그리움처럼
홀로 화단에 서서 나의 창을 바라보며 서리를 맞고도 고고한 자태로 피어 있는 국화가 꽃 중의 꽃일 것이다.
모처럼 내 휴무일이 일요일이라 아내와 인천대공원 가을 나들이를 갔다가 우연히 가을꽃 전시회가 있어
국화를 많이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필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국화 앞에서
_ 김재진_
살아 온 날 보다 살아 갈 날이 더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
귀 밑에 아직 솜털 보송보송 하거나
인생을 살았어도 헛살아 버린
마음에 낀 비계 덜어 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사람이라도 다 같은 사람은 아니듯
꽃이라도 다 같은 꽃은 아니다
눈부신 젊음 지나 한참을 더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 꽃
국화는 드러내는 꽃이 아니라
숨어 있는 꽃이다
느끼는 꽃이 아니라 생각하는 꽃이다
꺾고 싶은 꽃이 아니라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꽃이다
살아 갈 날이 살아 온 날 보다 적은 가을날,
국화 앞에 서 보면 안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굴욕을 필요로 하는가를.
어쩌면 삶이란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는 것인지 모른다
어디까지 끌고 가야 할지 모를 인생을 끌고
- 묵묵히 견디어 내는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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