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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월정사 전나무 숲에서

 

월정사 전나무 숲에서

 

오대산은

길을 열어 어서 오라 하는데

 

玉水는

허연 이빨 드러내며 호통을 친다.

 

월정사

전나무 숲

 

황톳길

멍에 지고 걸으니

눈물이 나고

 

天上의 향기 

폐부(肺腑)에 가득 차니

그 또한 

눈물난다.

 

무슨 인연이 날 불러

이곳에 왔을까

아무나 오는 길 아니리.

 

일주문 지난

어둠은

전나무 숲으로 달려오고

 

銀河는

나그네 발길처럼

서두는데

 

버스는

이미

떠나 버렸다.                                             

 

상관없다.

 

오늘

못 가면 내일 가면 되는

 

어둠에

부질없는 생각이 

도둑처럼 붙는다.

 

사바(婆)의 허우적대는

마음

숨길 수 없고

 

범종(梵鐘)은

버리고

버리라며

계곡을 넘는다.         

 

 

- 시작노트-

 

오대산,

산은 말없이 길을 열어 주는데 

오대천 맑은 물은 허연 이빨을 드러내며

탐욕의 내 안을 보며

호통을 친다.

 

월정사 전나무 숲

그 향기에 자지러지는 오르가슴을 앓고

황톳길

짊어진 멍에에 눈물을 흘렸다.

 

그 시간만이라도

無念, 無想, 無心으로 걸어보려 했으나

나 같은 범인이

비운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그래도

쌓였던 탐욕의 썩은 내음이나마 토해 낼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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