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린 날의 해학(諧謔)
하늘 어디 빵꾸가 났는지
비는 억수로 내리고
덩달아
바람은 우산도 까버렸습니다.
질척거리는 길을 걸어
집에 가야하는데
아스팔트위에
종이 한 장
몰골 사납게 쫙 달라 붙어 있습니다.
훈련병시절
각개전투의 낮은포복처럼
머리위로
총을 쏴도 절대 맞지 않도록
먹구름은 이 하늘에서 저 하늘로
왔다갔다하며
공포를 조성하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비닐봉투 한 개
느닷없이
아스팔트 위를 달리더니
보란듯이
공중을 납니다.
사람들은
발길을 멈추고 봉투를 바라봅니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종이는 쫙 달라 붙어있고
봉투는
몇번의 공중회전을 하며 뽐내더니
쒱 어디론가 날아가 버립니다.
비닐봉투의 유희에
몸은
몽땅 비에 젖어 버렸고
갈 길 가야하는 나는
나도 모르게
육두문자(肉頭文字)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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