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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馬처럼 걷는 충남 여행

(충남) 아, 만리포!

 아~ 만리포!

 

 

 

언제 : 2008년 9월 3일

어디 : 충남 태안 만리포

 

2008년 여름은 그렇게 여물어 가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무얼 했는지 뚜렷한 족적도 없이 생산적이지 못하고 가치없는 것에 신경쓰며 8월을 그렇게 보내 버렸다.

팔불출이 판을 치는 세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 허망한 여름이었다. 그러면 가을은 어찌하고 추운 겨울은 어찌 할꼬?

 

2008.09.03.

베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가고 싶은 곳은 많으나 정작 발 길을 향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뜬금없이 그곳이 생각이 났다.

아, 만리포!

태안가는 버스에 올랐다.

약 2시간만에 태안에 도착, 태안에서 만리포행 버스를 탔다.

오래전 혼자  태안 마애삼존불을 구경하였던 백화산을 지나 길가에 중년여인의 심정을 닮은 목백일홍이 피어있는

푸르고 싱그런 농촌 풍경을 감상하노라니 금방 만리포다.

 

기름폭탄을 맞아 사방천지가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던 만리포는 다시 생기를 찾은 것 같다.

그 아픔

어찌 해결되었는지......

 

 

 

 

 

 

 

 

 

 

 

 

 

 

만리포는 태안에서 서쪽으로 18㎞ 떨어진 지점에 있다.

1955년 해수욕장이 개설되었으며, 대천·변산 해수욕장과 함께 서해안 3대 해수욕장의 하나로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속한다.

 백사장 길이는 약 4㎞이며, 폭은 약 100m, 숙박시설및 수량이 풍부하고 모래질이 곱고 경사가 완만하여

해수욕장으로 알맞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천리포해수욕장과는 이웃하여 있으며, 백사장 뒤로는 송림이 우거져 운치가 있다. 

대중교통은

성수기에는 태안에서 약 20분 간격으로 버스운행을 하나 비수기에는 버스운행이 더디어

태안시외버스터미널(041-674-2009)에 문의해야 여행에 도움이 될 것이다.

 

 

 

 

 

 

 

 

 

 

 

 

 

 

 

 

 

 

 

 

9월3일 아직 여름의 날씨였다.

도착했을 땐 바다물이 나서 생각보다 폭이 넓은 해변이라 느꼈는데 남쪽 붉은 등대에서 약 4km의

해변을 걸어 천리포로 넘어가는 언덕에 서니 그 사이에 바다물이 들어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망부석(望夫石)                    

 

 

오누이 바위

 

 고기잡이 떠난 남편이 돌아오지 않아 바다를 바라보며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망부석 뒤로

어머니의 아픔을 안타까워하며 오누이가 부둥켜 안고 있는 바위가 인상적이다.

망부석과 오누이 바위는 나의 추상적이며 일방적인 命名임.

 

거의 한시간을 걸었더니 너무 덥고 땀이 났다.

갈매기에게 망을 보라하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옷을 홀딱 벗고 바다에 들어가 보았다. 느낌이 좋다.

홀라당 벗고 있으니 고기잡던 배가 무슨 볼거리라도 생겼는지 점점 다가온다.

 

 

 

 

 

 

 

 

 

 

 

 

 

 

무슨 일인가? 하고 다가오던 고깃배

 

 

 

 

 

 

 

 

 

 

 

 만리포에서 얕으막한 산을 넘으면 바로 천리포였다.

곳곳에는 들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마침 이곳에서 혼자 여행 온 브라질 사람을 만났다.

우리는 금새 친해져 이 시간 이후 귀가할 때 까지 함께 여행을 했다. 친구 얘기는 위 사진의 망태꽃을 egg flower라고 했다.

마치 달걀 후라이를 곱게 한 것처럼 보였기에 수긍할 수 있었다.

 

 

천리포 풍경

 

 

 

 

 

 

 

 

 

 

 

 

 

 

천리포에서 다시 만리포로 돌아오는 길가에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멋진 테라스를 가진 펜션이 인상적이었다.

그 길가에는 해당화가 피어 있었는데 매우 화려하면서도 어딘가 외로운 느낌의 꽃이었다.

어느 꽃인들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어 피어나고, 어떤 꽃인들 그 가슴에 상처없는 꽃 있으랴! 

바닷가에서 

소금끼 바람에도 꿋꿋하게 피어 아무나 몸을 범치 못하게 가시는 돋아 그 모습 참으로 곱다.

외로운 여행객에게 던지는 파르라한 미소가 정작으로 예뻐서 서럽고

그 붉은 열매 또한 앙증스럽다.

문득,

중 2학년때 고향이 남해였던 수키라는 여자애가 생각났다. 학교에서 돌아오는데 그녀가 꽃을

한다발 내게 내밀었는데

고향에 갔다가 오빠에게 꺾어달라고 해서 가져왔다는 그 꽃이 해당화였다.

해당화처럼 예쁘고 그 열매처럼 당찬 여자애였는데, 오십이 넘어 한 번 만났더니 자기 남편은 미국에

들어가 소식이 없다고...... 

 

아래사진

살아있는 새우가 나좀 잡숴주세요! 우리를 유혹했다.

 

 

  

 

왔으면 돌아가야 하고,

만났으면 헤어지는 것이 진리였고 순리였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해도 별다른 해결책은 없는 것이다. 동물은 귀소본능이 있어 날 저물면 자기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그네가 가장 외로움을 느낄 때가 바로 해 질 녘이다.

저 멀리 건너편 산 아래 마을에서 저녁 연기가 고물고물 오르고, 동네 떠나가도록 아이들 이름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릴 때 나그네는 혼자임에 외로움을 느낀다.

 

더 외롭기 전에 나는 내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만약,

돌아갈 곳이 없다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겠는가.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도 혼자에게는 아름답지 않을 것 같다. 돌아갈 곳이 있기에 금강산도 아름답고 동해의 푸른 물도 곱게 보였을 것이다.

 

이제

서해안은 두루 다녀본 것 같다. 다음부터의 발걸음은 내륙 어딘가로 향해야 할 것이다.

인생은

걷는 것이다. 걸어가는 것이다.

어느덧

만리포 하늘은 붉게 물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