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백일홍(木百日紅)-2
하이얀 속살 보고
길손
목 다듬고
보일 듯 말 듯
살랑살랑
흔들림에
잠 설친 노스님
두 눈
십 리.
돼 오겠단
염천(炎天)
언약
석 달
열흘
기다리다
이루지 못하여
아프게
꽃 되었다.
여름이면
널따란 송광사 대웅전
앞
동백기름 바르고
옥 비녀
꽂고
못 이룬
인연
이루고저
치성(致誠)드리는
여인의
한숨.
(송광사 대웅전 앞 목백일홍)
- 시작 노트 -
한자명: 목백일홍(木百日紅), 자미(紫薇)
지방명: 간지럼나무, 백일홍나무, 백일홍낭(제주) 배롱나무
꽃말: 떠나간 벗을 그리워함
목백일홍은
나무의 매끄러움이 여인의 나신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대갓집 안채에는 금기되는 수목으로
디딜방아가 남녀교합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와 비슷하다.
그런 배롱나무지만
절 마당에 많이 심는 것은 배롱나무가 껍질을 다 벗어 버리듯 스님들 또한 세속을벗어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이고
선비들의 거처 앞에 심는 것은 청렴을 상징하기 때문이라 한다.
전설
옛날
목이 세 개 달린 이무기가 해마다 처녀를 제물로 받아가는 어느 어촌에
장사가 나타나
처녀의 옷을 입고 제단에 앉아 이무기가 나타나자 이무기 목 두 개를 베어버렸습니다.
처녀는 기뻐하며
장사에게 "저는 이미 죽은 목숨이니 죽을 때까지 당신을 모시겠습니다."고 하자
장사는
"아직 이무기 목 한 개가 남았으니 내가 성공하면 하얀 깃발을 달고 실패하면 붉은 깃발을 달 것이요."
하고 배를 타고 장사는 이무기를 찾아 떠났습니다.
처녀는 정성으로 백일동안 치성을 드리며 기다리는데 멀리 붉은 깃발을 단 배가 오는 것을 보고
자결하고 말았습니다.
장사는 이무기를 죽을 때 붉은 피가 깃발에 묻은 줄 몰랐던 것입니다.
그 후
처녀의 무덤에 붉은 꽃이 피었는데
그 꽃이 백일 간 정성을 들인 배롱나무꽃이라는 전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