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당신
떠나신 줄 알았습니다.
문득
유성 하나
어둠 가르며 사라지듯
생각 없이 불리웠다
잊혀진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
붉은 생채기
아직
아물지 않았는데
웃음
잃어
창백한 얼굴로
당신은
무시로
내 안에 오십니다.
늦가을
뜬금없이
지축을 흔드는 파열음
어둔 빗속을 가르는 섬광은
아직도
우리
가슴 나눈 언약이라면.
이랑 가
붉은 수수는
아픔 없이 여물었으며
물들어 말라진
갈참나무 잎이
이유 없이 떨어지겠습니까.
차마
잊지 못해
저벅저벅 미안합니다.
오늘처럼
가을비
내리는 밤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