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아직도
다리 건너 허수아비 삐딱히 서 있는 마을 어귀에
작은 호롱불 걸어 두겠습니다.
우연히 아주 우연히
길 지나시다 날 저물거든
고운 당신
하룻 밤 쉬어 가시라고
이곳은,
고운 밤
반짝이는 별 밭에 풀꽃 향기 맡으며
스러지는 그믐달 보며 당신 기다리는 곳이며
비 내리는 밤
낙수 소리 들으며 당신 이름 부르던 곳
낙엽 지는 밤
귀뚜리 애끓는 구애소리 들으며
당신께 부치지 못한 편지들 쓰던 곳
눈 내리는 밤
부엉이 앓는 소리에 밤 지새우며
당신 생각하던 곳이랍니다.
아직도
365일
허수아비 삐딱히 서 있는 다리건너
마을 어귀
예쁜 당신
길 가시다 날 궂거든
언제든 오시어 쉬었다 가시라고
흔들리는
작은 호롱불 하나 걸어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