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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기다림

 

기다림

 

아직도

다리 건너 허수아비 삐딱히 서 있는 마을 어귀에

작은 호롱불 걸어 두겠습니다.

 

우연히 아주 우연히

 

길 지나시다 날 저물거든 

고운 당신

하룻 밤 쉬어 가시라고

 

이곳은, 

 

고운 밤

반짝이는 별 밭에 풀꽃 향기 맡으며

스러지는 그믐달 보며 당신 기다리는 곳이며

 

비 내리는 밤

낙수 소리 들으며 당신 이름 부르던 곳

 

낙엽 지는 밤

귀뚜리 애끓는 구애소리 들으며

당신께 부치지 못한 편지들 쓰던 곳

 

눈 내리는 밤

부엉이 앓는 소리에 밤 지새우며

당신 생각하던 곳이랍니다.

 

아직도

365일

허수아비 삐딱히 서 있는 다리건너

마을 어귀

 

예쁜 당신 

길 가시다 날 궂거든

언제든 오시어 쉬었다 가시라고

 

흔들리는

작은 호롱불 하나 걸어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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