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 장어 소금구이
서럽게 단풍든 잎을 바람이 또 심술 부려
아프게 흩어지는
늦 가을 오후.
조간 근무 마치자 마자
강화 갯펄장어 숯불 소금구이로 회식을 하기 위해 서둘렀다.
다행히 예약한 식당에서 차를 보내 불편 없었고
해 질 녘
바다가 보이는 강화 초지진 앞은 조용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에는 힘들게 고기잡이 했던 배들이
여기 저기 숨 고르고
어둠은 스멀스멀 다가와 창 밖에서 우리를 기웃거리며 보고 있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자리 잡고 간단한 인사말에 일동 박수!
초벌구이 된 장어가 수북하게 준비되어 있고
상위에는
먹음직스런 음식이 그득히 차려졌다.
자리에 앉아 나온 음식으로 위를 채웠어야 했는데 도움을 주는 여자 두 분이
앉자 마자
숯불을 올리고 장어를 그득히 석쇠 위에 올려 버린다.
아뿔사!
이게 아닌데!
이렇게 하면 우리의 예산을 넘길 수 밖에 없는데......
그러나
한창 배고픈 시간에 장어라면 죽기 아니면 살기로 배를 채워가는 동료는 예산을 생각하지 않고
나 몰라라 한 입 넣기에 바쁘다.
어쩔 수 없지......
장어야, 너 오랫만이다!
오늘
내가 너를 손 좀 봐 주마!
맛깔스럽게 익어가는 장어를 소스에 찍어 상추와 깻잎 위에 올리고
마늘과 고추 채 썬 생강을 올리고 초 고추장 살짝 찍어 한 입 넣으면
으메~, 나 죽어~!
시내 대부분 장어집에서는 초벌구이 하여 나오면 철판에 올려 덥혀 먹었는데
이곳에는
숯불에 초벌구이를 했다가 다시 노릿노릿 구우니 특유의 장어 냄새도 없어지고
입안에서 녹는 맛은 최고다.
더구나
사장님께서 직접 담아 둔 복분자 술독을 꺼내 두 주전자나 서비스로 더하니
장어에 복분자주는 천생연분 아니던가!
그냥
복분자주를 마셔도 요강이 엎어진다는데 더불어 힘이 좋다는 장어를!
복분자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깻잎에 싸서 한 입 넣은 장어의 맛은 죽이고 남았다.
으~~~내일 새벽(?)은 바쁘겠구나.
(도움을 주던 여인들이 무척 바쁘게 구워댄다.)
드디어
예상했던 일이 벌어졌다.
우리의 예약분이 줄어들고 바닥이 드러나자 눈치들이 조금은 부족하다는 듯 하고
이제야 차려진
죽이나 전,튀김, 그런것에 젓가락들이 왔다갔다 한다.
긴급회동하여 경비를 더 추렴하여
4Kg을 긴급 주문하고 서비스로 소주 2병 음료수 2병 그리고 복분자 한 주전자를 더 요청했다.
결국
사장님 복분자 술독이 밑바닥을 쳤다.
술 마시는 기쁨 중 하나가 술집 술 독 밑바닥 치는 것 아닌가!
배가 불렀나 보다.
짐승은 배가 부르면
늘 이렇게 배 부르게 먹을 수 있는 줄 착각을 하며 그 다음 눈 감고 잠자는 것인데
사람은 배 부르면
그 다음 무얼 생각할까?
우리는 술 취하면 가끔 착각속에 빠지기 쉽다.
오늘이
세상 끝인줄 알고
내일은
없을 거라고......
정신을 차려야 했다.
다른 사람이야 배 불리 먹는걸로 만족이지만
계산을 해 보니 장어 11Kg, 소주 , 음료수. 서비스 복분자 한 통.
생각보다
많이 먹고 마시고 취했나 보네.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 타협을 해야지.
사장님을 오시게 하여
장어 10Kg. 소주 10병 O.K.
모두 기분 좋았다.
밖은
깜깜한 음력 9월 스무 이렛날.(10/17)
우리를 태운 차는 서부 공단에서 영종도와 부천 분들,
나머지는 가정 5거리에서 하차.
아직도
여흥이 부족한 분들은 노래방으로......
밤새 또 서리는 나뭇잎 위에 내리면
내일은
또 낙엽이 지겠지.
-회식 후기-
드디어
오늘 멋지게 회식을 마무리 했습니다.
특별히
애써 모아 찬조금을 내주신 오성산 고라니 문형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산행에 빠지신 분들도 참석 해 더욱 자리가 빛났고
사정상 참석 못하신 분께는 미안합니다.
마니산 산행 후
거나하게 장어먹는 날을 기다리며 만날 때 마다 언제 장어 먹으러 가냐고 웃으시던
고운 님 얼굴이 떠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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