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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馬처럼 걷는 인천 여행

(인천) 원적산- 천마산 산행

원적산에서 계산동까지 4시간 산행길.

 

어느새 2007년 1월의 마지막 날이다.

 

어제 날씨는 차가웠지만 

늘 다니던 원적산(흔히 철마산이라 부른다.)을 지나 계양산까지 산행하기로 하고

배낭을 메고 원적산 입구에서 산행 시작했다.

 

 

원적산은 군데군데 소나무 숲이 많아 솔향을 맡으면서

기분 좋은 산행을 할 수 있다.

 

 

 

오르다 보니 어젯밤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고 있다.

 

 

깔딱고개는 원적산 오르는데 제일 힘들고 땀이 젖던 곳인데

흉물스럽게 철 기둥을 빽빽이 박고 밧줄을 달아 원적산은 파괴되고 말았다.

 

 

아직 눈이 쌓여있는 길

 

 

오늘 산행을 하려는 천마산과 계양산이 한눈에 다 보인다. 

 

 

원적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자동차도 다닐 수 있게 넓어졌다.

얼마나 아픔이 클까?

그러나

원적산은 묵묵히 견디고 있었다. 정상 너머 팔각정도 보인다.

 

 

봄, 여름, 가을. 이따금 삶이 무거우면

이곳에 올라 낙조를 보고 어둠이 스멀스멀 계곡을 타고 오르면

산을 내려가 한 잔 술로 아픔을 달래곤 한다.

 

 

  

 

철마정 내리막길 옆 돌배나무의 군집지. 

봄이면 하얗게 배꽃이 피어 산허리에 눈 내린 것처럼 아름답다.

 

 

날이 차가우니 등산객이 없어 좋다.

쉬어 가는 소나무 숲의 벤치에 배낭과 모자를 쉬게 하고 사진을 찍었다.  

 

 

 

돌탑을 돌며 오늘 안전 산행을 기원한다.

 

 

겨울 산은 울지 않는다.

 

겨울 산은 울지 않는다.

 

삭풍 불고 한설 내려도

담담히 앉아

 

날다 지친 산새와 

골짜기 헤맨 고라니가

낮잠 자게

양지를 만들어 준다. 

 

한 골짜기 그림자 지면

떠나온 고향

생각하고

 

두 골짜기 어둠 일면

늙으신 어머니

생각한다.

 

그러다

깊은 밤 몸쓸 꿈에 잠 깨면

외로움 참지 못하고 

꺼이꺼이

목 놓아 운다.

 

겨울 산은......

 

 

군사문화의 잔재 그리고 흔적

원적산 군데 군데에는 이런 토치카가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한 때

우리 정신은 콘크리트 토치카가 자리하고 있었지......

 

 

원적산에서 가정동 내려오는 길

그리고

경인 고속도로를 건너 하나 아파트 옆 길로 천마산으로 오른다.

 

 

경인 고속도로를 건너는 육교.

 

 

천마산 오르면 청라 경제특구가 보이고

멀리

영종대교의 위용!

 

 

 

 

천마 바위가 있어 천마산이라 했단다.

 

 

군데군데 바윗길을 20분 오르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약 20분정도 오르면 공수부대 초소가 있고 사격이 있는 날은 깃봉에 빨간 깃발을 단다.

 

 

멀리 김포 매립지와 검단 신도시가 형성될 넓은 들이 보인다.

 

 

누가 메어 두었는지 그네가 있다.

나는 이 그네를 타며 많은 생각에 잠기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흔들리고 있었다. 

눈을 감고 그네를 타면 정말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

 

 

 

 

 

철조망

 

철조망은

슬픈 경계선이지.

 

아직도

南과 北을 가르고

 

한강과 임진강

동해안

서해안

 

그 너머

민통선이 있고

 

더 너머에는

휴전선

 

그 끝엔

삼팔선도 있었지

 

그리고

보이지 않는 철조망이

東과 西를 가르고

富와 貧을 가르고

......

......

 

철조망은

명감나무 열매처럼 아픔이

주렁주렁 달려 있지.

 

 

철조망 너머 가을의 흔적.

아마 철조망이 없었다면 남아있지도 않았겠지......

그러나

명감나무 열매의 남은 이 자체도 아픔이구나. 

차라리

산화해 버렸다면......

 

통천문!

다른 산의 통천문은 바위인데 천마산은 군사구역에 있어 철조망을 넘어야 정상에 오른다.

 

해발 286m의 천마산 정상 

그곳에는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밝은 날에는 초대받지 못한 달이 하얗게 떠 있다. 

 

달은

어두워야 빛을 발할 수 있음을 알고 있을까?

 

문득

외로움을 느끼며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잘 계시는지......

 

오늘 지나온 원적산과 천마산이 보이고 더 멀리 인천 앞바다가 희미하다. 

 

 

중구봉 해발 275m.

이때부터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계산동에 계시는 지인이 술 한 잔하자며 전화를 했다.

계양산을 넘어야 하기에 거절했으나

거듭된 전화에 거절 못하고 계양산은 포기 했다.

왜냐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 듯

돼지고기 삶아 보쌈 준비를 했다는데 어찌 지나칠 수 있겠는가!

 

 

중구봉 내려가는 길이 험하다.

더구나

보쌈과 소주 생각에 배 고프고 목도 마르다.

하필

 배고플 때 술 안주 준비했으니 술마시자고 전화 할까?

야속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가좌동 원적산 입구에서 계산동 인천교대 후문까지 약 4.5시간 산행 마치고

음료수 한 박스 들고 11층 아파트에 오르니 입구에서 웃으면서 날 반겨주신다.

 

둘이서 Jack Daniel 1병을 비우고 거나하게 취해 귀가하니

아내가 산에 가신 분이 어디서 이렇게 술에 빠져 왔냐며 걱정이다.

그러나

지인께서 싸 주신 삶은 돼지고기와 말린 망고를 내놓으니 아들하고 맛있게 먹더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