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태
거추장스런 것 버리고
가는 두 손 들어 기도하는 나목의
떨리는 소리 듣습니다.
욕심 없이 싹을 터
험한 세파 견디어 옴팡진 과실 달리고
찬 바람에
스스로
나래 접는 아픔.
지천명,
지고 온 거친 삶과 남은 여정의 바램을
정리해야 하는데
동지섣달
아픔 같은 뜬금없는 바램 하나
가슴에 몰래 담았습니다.
바램
화려한 날의 비상을
어둠 속에서 한 겹 두 겹 그리움으로 쌓아가는
나비의 꿈.
꿈속에 본 고운 꽃
그 꽃이
어떤 꽃인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만
두렵기도 하지만
뇌파로 전해지는 순수를 알고 싶어
젖은 날개 말리렵니다.
비상을 꿈꾸며
수많은 유혹과 갈등 참아온 날들이
어느덧
삼백 예순 날 하고
닷새가 되었습니다.
비상(飛上)
조개는
불타는 노을을 자기 몸에 새기고
나비는
그리움을 제 몸에 새겼습니다.
강 건너 들려오는 종소리
마음은
욕망과 모럴(moral)의 전쟁터
높새바람
불어도
무거워 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만
버리고
비워서 골고다를 향한
날개 펴렵니다.
겟세마네 언덕의 언약을 믿으며
아픔
환희
기적이 변색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젠
서툰 날갯짓 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