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에서
너를,
암벽 구석구석 핥고 속살 드러내는
허연 파도의 포말로
남기고
이른 새벽
해 오르는 동해로
떠났다.
너를,
고운 머리카락 날리는 소나무 아래
격정의 키스를
남기고
저무는 해
둥지 트는 설악으로
떠났다.
밀물처럼
고단한 삶을 싣고 온 새벽 기차가
상처 난 아픔과
썰물처럼
빠져나간 쓸쓸함에 방황하는
그림자 남기고
되돌아가는 철로에
제 삭신을
싣는 곳.
한겨울을 견디려다 지친 쑥부쟁이도
눈 속에
묻히고
삼백 예순 날
여명(黎明)이 찾아와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는 곳
정동진.
너를,
암벽 구석구석 핥고 속살 드러내는
허연 파도의 포말로
남기고
너를,
고운 머리카락 날리는 소나무 아래
격정의 키스로
남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