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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정동진에서

 

정동진에서

 

너를,

 

암벽 구석구석 핥고 속살 드러내는 

허연 파도의 포말로

남기고

 

이른 새벽

해 오르는 동해로

떠났다.

 

너를,

 

고운 머리카락 날리는 소나무 아래

격정의 키스를

남기고

 

저무는 해 

둥지 트는 설악으로 

떠났다.

 

밀물처럼

고단한 삶을 싣고 온 새벽 기차가

상처 난 아픔과

 

썰물처럼 

빠져나간 쓸쓸함에 방황하는

그림자 남기고

 

되돌아가는 철로에

제 삭신을

싣는 곳.

 

한겨울을 견디려다 지친 쑥부쟁이도 

눈 속에 

묻히고

 

삼백 예순 날

여명(黎明)이 찾아와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는 곳

 

정동진.

 

너를, 

암벽 구석구석 핥고 속살 드러내는 

허연 파도의 포말로

남기고

 

너를, 

고운 머리카락 날리는 소나무 아래

격정의 키스로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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