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회
오래된 양철 지붕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마냥
동무가 그리워
서울 갔다 오는 길
4년동안 말로만
"언제 우리 술 한 잔 하자."는 말 생각나
차가운 바람 앞세우고
계산동에 갔다.
목구멍이 철판인지
대낮부터
소주를 마셨다며
눈꼬리가 흩어져 있는 동무가
반갑다며
팔장을 끼곤
찬 바람 부는
골목길을
타오르는 반가움으로 걸어간다.
한사코
팔장을 끼고 걷고 싶다며
골목길 끝자락에 숨어있는
주막집
드르륵
문 열고
주모 불러 속닥이더니
가지런히 빗은 푸른 미나리
허연 속살 마늘
앙칼진 고추
펑퍼짐한 된장
어머니 생각나는 따끈한 시래기국
붉은 홍어회
한 접시.
그놈들을 묶어
홍어 한 점에 올리니
콧등을 치고
정수리를 밟아 눈물이 난다.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눈물 감추려
소주 한 잔 넘기니
식도를 미끄러져
창자를 지나
저 아래
발끝에서 들리는 소리
"커"
54년만에 처음으로 마주앉고
술 한 잔 정 담아
4년만에
주거니 받거니
순수해서 좋다
의미없어 좋다
취해서 좋다.
잊자
잊자
계란 풀어 속 달래고
너도 가고
나도 가는데
서울 먼 하늘이 손짓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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