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023년 10월 20일 금요일
어디 : 인천광역시 강화군 전등사로 37-41
아침 창밖으로 보는 먼 산이
산몰랑부터 단풍이 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중턱 아래까지 내려오니 조바심이 생긴다.
차일피일 미루다
행여 올가을 단풍도 보지 못할까.
마음이 급해져 버스를 타고 조금은 이를 강화도 전등사 단풍을 담아 보았다.
나이 일흔 되도록 두려움 없이 혼자 여행을 즐겼는데,
작년 병원에 입원한 이후 올해는 하루 여행길도 나서지 못하게 이런저런 건강이 좋지 않아
혼자 나서기 쉽지 않았다.
더 나이 들어
차 타는 것, 걷는 일이 힘들어지기 전까지는
무작정 나섬이 즐겁고 가슴 설레어만 할 터인데
벌써
망설여지는 것이 두렵다.
늦가을 이곳 단풍이 참 곱지
전등사 대웅전 주련( 柱聯)
佛身普邊十方中(불신보변시방중)
부처님은 온 세상에 두루 계시며
月印千江一切同(월인천강일체동)
천 개의 강에 달그림자 비춤이 모두 같고
四智圓明諸聖士(사지원명제성사)
사지에 원만히 밝으신 모든 성인들이
賁臨法會利群生(분림법회이군생)
법회에 왕림하시어 모든 중생 이롭게 하시네
묘법연화경 목판(妙法蓮華經 木板)
업경대(인천 유형문화재 제47호)
전등사 대웅보전 나부상
전등사의 대표적인 건물인
대웅보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조선 중기의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전등사 대웅보전이 세상에 더욱 유명하게 된 것은
대웅보전의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나부상(裸婦像) 때문이다.
대체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신성한 법당에 웬 벌거벗은 여인인가?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나부가 아니라 원숭이로 보는 경우도 있는데,
원숭이는 사자나 용과 마찬가지로 불교를 수호하는 짐승으로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의 사찰에
모셔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등사 대웅전의 조각상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나부상이라는 데 의견이 더 많고
삼삼하게 전해오는 얘기도 재밌다.
전등사 대웅전 석축
내가 본 다른 절의 석축과 다르다.
다른 절의 석축들은 대체로 각이 진 돌로 빈틈없이 반듯하게 쌓아 올렸더니만, 언뜻 보니
석축의 돌들이 뒤죽박죽 아주 자연스러워 인상적이다.
전등사 무설전에서 본 풍경
전등사 남문에 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축물이 전통 찻집이다. 그리고 화장실인데 화장실 지붕이
무설전 마당이고 무설전 지붕은 바로 템플스테이 건물이다.
좁은 경내지만 슬기롭게 건축물 배정이 되어 아주 슬기롭게 보인다.
평일임에도 단풍이 물드는 전등사에는 많은 사람이 구경을 왔다.
전등사 마당 느티나무는
봄에는 새싹을 틔우며 생명의 신비를 알게 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이 되어 더위를 식히며, 가을엔 고운 단풍으로 우리가 낭만을 알게 하며
겨울엔 모진 삭풍을 맞으며 담담히 서서
우리에게 고독을 알게 한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넓디넓은 세상천지 두고
하필 자연 그대로가 아닌 사람이 쌓아 올린 척박한 돌틈 사이
자리 잡은 어린 찔레나무는 서린 가시와 단단한 잎 그리고 꽃 지고 붉은 열매까지 맺어
보란 듯 살고,
이름 모른 풀은 어디서 와 이곳에 꽃 피워
한 세상 충실히 살며 서서히 빛 사위어 가는 것이 어쩌면 우리의 삶이 아닌가 싶다.
오늘도
올 때는 우울했던 길이 삼랑성 한 바퀴 돌고 전등사 단풍숲길 걸으며 내 마음 가벼워졌는데
어린 찔레와 이름 모른 꽃 보니 알싸한 눈물과
벅찬 행복마저 안는다.
단풍은 늦가을 전등사 단풍이 참 곱다.
전등사 남문인 종해루를 지나 오르막길 왼편의 두 그루 은행나무의 노승나무와 동자승나무에 대한
전해오는 얘기만으로도 오가는 이들의 걸음을 멈추게 하지만
노랗게 물든 단풍 역시 곱고 아름답다.
그러나
조금 더 오르면 우측으로 대웅전 올라가는 계단 양측에 서 있는 단풍나무는
늦가을에 정족산으로 지는 햇빛에 반사된 핏빛 단풍은
눈이 시려 서럽기까지 하다.
아마
11월 중순이면 그 단풍 볼 수 있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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