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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馬처럼 걷는 전북 여행

(전주) 연꽃 만발한 덕진 공원

 

- 기차에서 담은 호남평야 -

 

언제 : 2022년 7월 29일 금요일

어디 :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공원

 

 

세월이 흘렀다!

내 친구들 중 가장 먼저 결혼한 친구 결혼식(1977년)을 전주에서 사회는 내가 진행하기로 해 

친구들과 처음 전주 내려왔는데, 

시간이 여유로워 누구(?)의 안내로 우리는 덕진 공원을 한 바퀴 돌았던 적이 있다.

 

 서울에서 자랐는데

커다란 연못에 연꽃이 보기 좋다는 전주 덕진 공원은 연꽃도 없는 봄날

눈에 찰 이유 없었지만

나이 들며

이따금 전주 여행길에 들면 뚜렷한 기억도 없는 그곳이 생각이 났으나 항상 일정에 쫓겨 미루다

2021년 1월

덕진 공원을 찾으니 코로나 19로 출입 통제되어 돌아 나온 후

. 드디어

오늘 덕진 공원을 찾으니 감개무량하다.

 

 

 

 

 

- 전주 덕진 공원 전경 - 멀리 전북대

 

내 기억에 연못 정도였는데, 이렇게 넓은 호수였다니.....

얼마 전 경기도 시흥 관곡지 연꽃을 보고 왔는데 덕진 호수의 연꽃도 그곳에 지지 않을 만큼 드넓다.

아쉬운 것은

가까이 연꽃을 볼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사방이 숲으로 막힌 덕진 공원을 유영하는 은은한 연꽃 향기는 지금까지 경험한 어느 꽃 향기와 다른

천상의 향기일 것이다.

 

 

 

 

 

 

 

 

 

 

 

 

 

 

 

 

- 연화정 도서관과 뒤로 전주대학교 건물 -

 

 

 

연화지 오리들이 지난밤 열대야에 힘들었는지 모두 머리를 숙이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화교로 이어진 똥섬에 연화정 도서관을 지었다.

아주 오래된 나무들이 연화정 도서관 한쪽에 자라고 있음은 이곳이 똥섬이었음을 알 수 있다.

 

 

 

 

 

7월 마지막 찜통더위가 기승부리던 날

45년 만에 찾은 덕진 공원 연잎 위로 향기 머금은 연꽃 봉우리들이 불쑥불쑥 솟아난 모습은

요즘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 숨 막히는 삭막한 삶에서 힘들어하는 국민을 위해 비록 진흙 속에서 발하여

물을 박차고 솟아 오른

아름다운 연꽃을 보며 잠시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음을 감사하며

 연화교 위를 서성거렸다.

 

참으로

덕진 공원을 다시 찾을 이유가 있었다.

 

 

 

 

 

 

 

- 연화교와 연화정 도서관 -

 

 

덕진공원 3층 석탑

전주시 향토문화유산 제3호

이 석탑은 원래 익산군 왕궁면에 있었으나 1992년 전주 풍패지관(객사)으로 옮겨졌다가

현재의 위치로 다시 옮겼는데, 그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높이는 277cm 내외이며 탑신과 옥개석은 원형 그대로이나 전체적인 비례로 볼 때 1층 옥개석이 기단 상단석에 비해 

윗부분이 무거운 느낌을 준다. 기단부는 상대석만 남아 있고 기단부 하대석은 다른 돌로 만들어져 

그 원형을 알 수 없다. 전체적으로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한낮에 / 이철균(1927∼1987)

영(嶺) 넘어

구름이 가고

먼 마을 호박잎에

지나가는 빗소리

나비는 빈 마당 한 구석

조으는 꽃에

울 너머

바다를 잊어

흐르는 千年이

환한 그늘 속 한낮이었다

 

 

 

강江

                    신근

 

여기 서면

태고의 숨결이 강심에 흐려

어머니 당신의 젖줄인 양 정겹습니다

푸른 설화가 물 무늬로 천년을 누벼 오는데

기슭마다 아롱지는 옛님의 가락

달빛 안고 하얀 눈물로 가슴 벅차 옵니다

목숨이야 어디 놓인 들 끊이랴마는

긴 세월 부여안고 넋으로 밝혀온 말간 강심

어머니, 당신의 주름인 양 거룩하외다

길어 올리면 신화도 고여 올 것 같은

잔물결마다 비늘 지는 옛 님의 고운 가락

구슬로 고여옵니다

 

네 눈망울에서는

                                          신석정

 

네 눈망울에서는

초록빛 오월

하이얀 찔레꽃 내음새가 난다

 

네 눈망울에서는

초롱초롱한

별들의 이야기가 있다

 

네 눈망울에서는

새벽을 알리는

아득한 종소리가 들린다.

 

네 눈망울에서는

머언 먼 뒷날

만나야 할 뜨거운 손들이 보인다.

 

네 눈망울에는

손잡고 이야기할

즐거운 나날이 오고 있다.

 

 

 

 

 

취향정醉香亭

전주 덕진공원에 새겨진 비문을 살펴보면

5백여 년 전 덕진공원 자리에는 큰 늪이 있었고 취향정醉香亭이 세워져

해마다 단오절이면 전주성 내 사람은 물론 각처 수천수만의 인파가 밀려와 덕진호에 머리를 감고 즐기며

노는 유서 깊은 명승지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각 고을의 장사꾼들이 모여들어 성업을 이루었는데

그 시기에 남사당男寺黨, 창무단唱舞團의 굿놀이도 함께 성행하였다. 특히 단오절에는 소리광대가 인기가 있었는데

단오절 무대에 오르는 광대는 상당한 보수와 함께 본인의 실력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대사습 이전의 역대 명창은 전주의 단오절 무대를 거쳐 간 명창이 많았다.

 

 

이번 여행의 원래 계획은 1박 2일로,

내변산을 트레킹 하며 직소폭포에서 사라진 옛 노랫가락과 고운 무희의 늘어진 치마폭을 만지고

 관음봉에 올라 내소사를 내려보며 백제의 시름을 볼 요량이었는데,

대중 교통 사정에 의해 씁쓸하게 정읍에서 전주로 오게 되어

내 바램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듯

내변산 숲길 대신

뜨거운 아스팔트 전주 한옥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니 내 오래된 등산화 창이 너덜대고 있으니,

만일 내변산 산행에서 등산화 창이 떨어졌다면 어찌했을 꼬!

 

날도 더워 머리가 까질 지경인데 신발창까지 너덜대니 꼴이 꼴이 아니다.

 풍남문 밖 남부시장에서 트레킹화를 사 신으니 이 또한 발생해선 안될 경비 지출에 화가 치민다.

 

일정이 산통 났으니

더 있을 이유 없어 전주역으로 나가 기차를 타고

영등포역에 내려 전철에 오르자마자 문득 내 등산 조끼 호주머니엔 핸드폰이 없다.

오늘 왜 이러는 건가!

기차에서 내리면서 당연히 앉았던 자리를 확인하고 핸드폰을 챙겨야 했는데......

 

오늘 새벽 용산 출발 정읍에 내려 부안 가는 버스편이 적절치 않아 

신경질 나게 전주로 이동 

체감온도 40도에 이르는 전주 한옥 마을에서 등산화 밑창이 떨어져 운동화를 사 신어야 했고,

 전철에 오르자마자

오늘 날 더워 카메라 대신 사진 담고 내 사랑스러운 손자들 사진과 내 지인들의 연락처가 담긴

핸드폰이 없음을 알았을 때

난감했다.

 

 

- 전주 출발 기차 안에서 멀리 무주 덕유산이 아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