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곳을 여러 번 방문한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젊었을 적
기분이 울적할 때나 어떤 난관에 부딪혔을 때,
청량리에서 북한강 변을 달리는 기차를 타고 춘천을 가노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남춘천역에서 버스로 소양강댐에 도착하여 깊이를 알 수 없는 짙푸른 소양호를 달려 청평사 계곡에 닿으면
그동안 힘들어 허덕이던 일들이 저절로 가벼워지는 내겐 많은 추억거리가 있는 곳이
바로 청평사 가는 계곡 길이다.
그러나
녹음 우거진 날 구송 폭포의 물 내림이 계곡을 울리는 일은 거의 없었고,
눈 내리는 겨울이나 삼복더위의 가뭄 혹은 단풍 고운 가을에 찾았던 터라 구송 폭포는 항상 목말라 있어
폭포 위에 숨은 삼층 석탑에 앉아 빈약한 폭포를 바라보곤 했는데
올여름은 장마가 긴데다 코로나 19로 갈 곳 없어 장마 뒤에 찾았더니 그동안 보여주지 못 했던
멋진 장관을 내게 안겨주신다.
삶이 그러하다.
어떤 사람은 홍수로 피해를 입어 힘들어할 때, 또 누구는 우렁차게 내리는 폭포를 바라보며 감탄을 한다.
삶은 모두에게 기쁨을 주지 않기에 삶은 고해라고 하지 않던가!
구송 폭포는 2단 폭포이다.
밑의 폭포는 암반 위를 내리는 두 줄기 폭포이고, 위에 있는 한 줄기 폭포는 높이도 좋고, 소의 깊이도 좋으며
주변 풍광도 좋아 위의 구송 폭포만 있는 줄 알고 사진에 담고
곧바로 청평사를 찾았다.
지금까지 여러 번 청평사를 찾았지만,
오늘에야 2단 폭포의 멋진 사진을 담을 수 있었음은 매우 큰 행복이다.
그런데
오늘처럼 물 내림이 좋은 2단의 구송 폭포를 동영상으로 담았으면 더 좋았을 터인데
왜 동영상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마도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이 삶이며,
다음에 다시 찾아오라는 인연을 가르쳐 주는 자연의 소리일 것이다.
이 많은 물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물론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이겠지만, 그 빗물은 어디서 왔을까?
언젠가
이 계곡에서 흘러 내렸던 물일 것이다.
돌고 도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라면, 우리의 삶 역시 그러하리라.
지금
코로나 19로 힘든 삶도 어쩌면 어느 때 우리들의 삶의 한 단면일 수 있다면,
이 세상 존재하는 삼라만상은 나름의 사연이 있다.
인생은 순간순간 고난을 극복하며 웃다가 울다가 본향을 향해 가는 것이다.
날 때는 누구나 울었지만,
갈 때는 아무도 울지 않는다.
물이 내리지 않던 폭포도 어느 때는 이렇게 풍부한 물을 흘러 내리며
계곡을 울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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