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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첫눈 내린 날

 

 

 

 

 

 

첫눈 내린 날

 

 

 

맘으로야 늘 기다리고 있었지만

언제

올 줄은 몰랐다

 

다만

얼굴 잠시 보이고 돌아갈

 거라면

 

차라리

아랫목 뜨뜻할 때 오시면

좋을 터

 

초저녁

잠들면 어둑새벽 눈 떠지는

숙명

 

"무신 놈의 새벽잠은 구신이 삶아 먹었능가"

 

할머니

구시렁대던 말씀을 이제사 안다

 

 

들락

날락

쳐다보는 가정동 철마산

 

철마산 뚜렷하면

좋고

 

흐리면

찌뿌등하던가 미세먼지 많던데

 

철마산

오늘

뵈지 않는다

 

 

다시

부엌

 들어가려다가

 

두 눈 비벼 다시 보니

무엔가

내린다

 

창문 열고

고개

내미니

 

눈송이

오지게 기다리던 첫눈이다

 

사람 오신 듯

 

가슴 벌렁거리고

 

가는

사진 담아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을 시집간 

큰딸에게

 

날마다

안부 묻는 먼 곳

람에게

 

 모처럼

내가 먼저 안부 묻고 

사진 보낸다

 

그제사

찢어지게 하품하며 나온

 

치치직

끓는

압력밥솥 보더니

 

의미 없는 미소 보내며 화장실 간다

첫눈

오시는 줄도 모르고

 

 

 

- 시작 노트 -

 

11월 24일 첫눈이 내렸다.

 

이젠 돋보기를 쓰지 않으면 흐릿하고

초저녁이면 잠들어 어둑새벽이면 잠 깨어 소변도 자주 보고 괜히 왔다 갔다 부스럭거리는

나이 든 행세를 한다.

 

어렸을 적

할머니

어둑새벽이면 마당에 나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어머님 잠 편히 못 주무셨던 날들처럼.

 

그래서

아침밥을 내가 하면 아내가 새벽잠을 조금이나마 더 잘 수 있겠다 싶어 내가 밥을 짓는데

이젠

밥 짓는 남편이 되어 고마움도 표현하지 않은 아내가 조금은 서운하여

다른 사람에겐

첫눈 소식 전하면서도

기지개 켜며 씻으러 가는 아내에게 첫눈 내린다는 반가움을 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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