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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馬처럼 걷는 강원 여행

(철원) 기차 타고 순담계곡(蓴潭溪谷) 가는 길

 


기차 타고 순담계곡(蓴潭溪谷) 가는 길


 

 

 

언제 : 2018년 10월 15일 월요일

어디 :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역 주변

 

   

05:00

누룽지와 라면을 끓여 이른 아침을 들고

점심은

케잌과 커피 그리고 옥수수 차로 도시락을 대신하고 카메라 배낭에 담았다.

 

아내에게 어디 다녀온다는 말도 하지 않고, 아직 곤하게 새벽잠을 즐기는 아내 몰래 집을 나섰다.

  

05:50

전철역 가는 길

나만 혼자 이른 새벽에 길을 떠나는 줄 알았는데 전철역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다.

 

오늘 행로는

전철과 기차와 버스를 타고 내려서 산길을 혼자 걸을 것이다.

 

06:18

주안역에서 지하철 1호선 소요산행 승차 

 

08:50

소요산역에 도착

 

 

 

 

09:30

동두천에서 백마고지역까지 운행하는 경원선 통근 열차를 500원/경로우대 요금으로

기차 안에서 티켓을 끊었다.

 

그러나

연천역에서 백마고지역까지

철로 개량 공사로 연천역까지만 통근 열차가 운행하고 연천역에서 백마고지역까지는 

환승 버스로 이동한단다.

 

 

 △

경원선 통근열차

일반 요금 1,000원 (동두천~백마고지역)

 

 

 전곡역

한탄강이 흘러 임진강과 합수하러 가는 길목

 

 

 

 

09:55

연천역에 내려 역 앞에 대기하던 환승 버스를 타고 북으로 북으로 달리는데,

차창 밖 들에는 추수를 마친 곳이 많다.



연천역

 

 △

연천역 급수탑

 

어렸을 적

기차는 석탄을 태워 가는 증기기관차였다.

그래서

중요 역에는 급수탑이 서 있어 수시로 물을 채워 수증기를 발생시켜야 했다.

지금은 모두 헐리어 보기 쉽지 않은데,

연천역에선 볼 수 있다.

 

 

 △

경원선 철로

 

  

 

 

요즘이야

남과 북이 대화하니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예전에 비해 크지 않다.

 

그러나

국민학교 3학년 때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났다.

 

반공을 국시로 삼은 학교 교육부터 북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교육을 받았기에 성인이 되어

지금도 신탄리역에서 철원으로 가는 고개를 넘으면

마치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전율을 느끼고,

철원평야가 펼쳐지고 저 멀리 백마고지가 보이면 발걸음이 무거웠었다.

 

 

 

 

 

 

 △

 백마고지역

 

현재 경원선의 종착역으로 

경원선 복원 당시 기존 철원역이 민통선 내부에 있어 민통선 밖의 철원읍 대마리에

이 역이 대체·신설되었다.


10:20

전철을 타고 - 기차를 타고 - 다시 버스를 타고 백마고지역에 도착하니

 마침

 동송읍 가는 버스가 들어온다.

 

저 멀리 한국 전쟁 중 중부전선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의 현장인 유명한 백마고지 전적지가 보이고,

추수를 마친 철원평야를 지나며

무수히 매설되었을 지뢰 지역과  민간인 출입금지 구역이라는 검문소를 지나고,

옛 노동당사와

도피안사를 지나면서

왠지 혼자의 여행길이 허전하는 것을 느낀다.

 

 

 백마고지(白馬高地)

 

 6·25 당시 보병 제9사단이 철원평야 북단의 요충지인 395고지에서 1952년 10월 중공군과 전투를 벌인 곳.


이 전투에서 백마부대는 중공군 1만 3,000여 명을 격멸 하는 전과를 거둠으로써

 한국군의 전투능력과 철원평야의 요충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철원평야

만일

백마고지를 점령하지 못했다면 철원평야 역시 북한 수중에 들었을 것이다.

 ▽ 

 

 

 

 

민통선 검문소

 

휴전선 일대의 군 작전 및 군사시설의 보호와 보안 유지를 목적으로 민간인 출입을 제한하는 구역.


민간인 통제 구역으로

낮에는 휴전선 가까운 농지에 허가를 받은 사람은 농사를 짓느라 출입을 하나

일몰 후는 아무도 출입할 수 없는 곳이다.

 

 

철원 노동당사

등록문화재 제22호

 

노동당사(勞動黨舍)는 1946년에 완공된 3층 건물이다.

 6.25전쟁(六二五戰爭 , Korean War)이 일어나기 전까지 북한 지역의 노동당사로 사용했던 곳이다.


  

도피안사(倒彼岸寺) 삼층석탑

보물 제223호

 

도피안사(倒彼岸寺) 철조비로자나불좌상

국보 제63호

 

 

 

동송읍 도착

신철원 가는 버스를 타려고 30분 이상을 기다리는데

오늘이 동송읍 장날이라 장사하는 사람들과 시장을 나온 사람들로 북새통이네

시장을 한바퀴 돌아보니 재래시장의 맛이 물씬 난다. 

 

11:00

동송읍을 출발

시원한 들판 길을 달려 곧 고석정에 닿는다.

 

 

고석정(孤石亭)

철원팔경 중 하나이며 철원 제일의 명승지로,

 한탄강 한복판에 치솟은 10여미터 높이의 기암의 양쪽 사이로 옥같이 맑은 물이

 휘돌아 흐른다.  

 


철원 승일교(鐵原 昇日橋)


철원군 지역 주민들 사이에는

김일성이 시작하고 이승만이 끝냈다고 하여 이승만의 '승(承)'자와 김일성의 '일(日)'자를 한자씩 따서

 승일교(承日橋)라 했다는 설과

'김일성을 이기자'고 해서 승일교(勝日橋)라고 했다는 설이 전해지나

현재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한국 전쟁 중 큰 공을 세우고 조선인민군에게 포로로 끌려간

박승일(朴昇日, 1920년 ~ ? ) 연대장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서

승일교(昇日橋)라고 지어졌다는 것이다.

 

 

11:30

고석정은 워낙 유명세를 타니 많은 사람이 내리더만,

승일교에서는

나 혼자 내렸다.

 

주변에 상가도 없고, 버스에서 내린 사람도 없어 한탄강 흐름을 생각하며

산길로 들어선다.

 

이미

내 머릿속엔 순담계곡 가는 길이 입력되었지만,

실제로 찾아가는 길은 지도에서 검색한 경로와 다르기에 누군가에게 이 길이 순담계곡 가는 길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데

노란 들국화만 환하게 웃으며 나의 불안을 본다.

 

 

 

 

정말

봄 여름 가을 곰삭은 노란 들국화 향기를 혼자 맡는다는 일은 넘치는 행복이다.

그래서

듬뿍 내 가슴에 담아 누군가에게 나눠 주고 싶은데

 줄 수 없어 안타깝다.

 

만일

호젓한 이 산길에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이라면 아직도 

들국화가 피어있을까?

  


 



 들국화 향기에 취해

노래를 부르며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완전무장과 위장까지 한 군인이니 난데없이 나타나 총을 내밀고 나를 세운다.

 

그러더니 날 보고 흠칫 놀라는 표정을 읽었다.

 

"무슨 일이냐?"

물으니

지금 자기 부대가 이곳에서 훈련하고 있는데,

내 복장이 자기들이 적군으로 위장한 복장과 흡사하여 행여 적군인 줄 알았는데

내 머리가 하얗게 빛나니 놀랐던 모양이다.

 

나는

의젓하고 여유롭게 웃으며

"지금 순담계곡을 찾아가는데, 이 길이 순담계곡으로 가는 길 맞냐?" 고 되물으니 

군인은 "다른 지역에서 이곳으로 훈련 와 모르겠다."며

조심히 가시란다.


 

 


 

유일하게 산속에서 만난 사람은 군인이었다.

 

고개를 넘는데,

승용차 한 대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간다.

 

 

 

 



 


고개를 넘고

구불구불 산길을 내려가니

저만치 큰 교회가 나타나고 주변에는 휴양지 집들과 더 아래로는 큰 식당들이 보인다.

 

 

 △

낙엽을 밟으며



 △

가을이

한탄강 기슭에서 가슴을 붉게 태우며 혼자 머물고 있었다.


 

 

 

11:55

드디어 순담계곡에 도착했다.

 

승일교 정류장에 내려 이따금 포사격 소리만 들리는 산속 길

혼자

고개도 넘고

구불구불 비탈길 25분 걸어

 가을이 붉게 익어가는 순담계곡 닫힌 어느 상점 사잇길을 따라 계곡으로 내려간다.

 

유명한 순담 계곡은 인적 없고, 

계곡을 휘돌며 바위에 부닺히는 강물 소리와 조금은 공포를 느끼는 내 숨소리만 들린다.

 

하필

오늘 미세먼지가 아주 강하게 일어 천지가 뿌옇다.

 

 

순담계곡

 

 한탄강 물줄기 중 가장 아름다운 계곡으로,

 기묘한 바위와 깎아 내린듯한 벼랑, 연못 등 볼거리가 풍성하며, 수량이 풍부하고 강변에는

보기 드문 하얀 모래밭이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있다.


다음에는

그야말로 인적 없는 "순담 계곡의 만추"의 감성을 담아 블로그에 올릴 것이다.



산부추꽃

순담계곡에서 담은 산부추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