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애사
6. 단종의 유배길
쉼터 - 군등치 - 배일치 - 옥녀봉 - 청령포
언제 : 2018년 9월 25일 화요일
어디 : 강원도 영월군 단종유배길
요선정과 요선암을 구경하고
다시 주천면으로 나와 늦은 점심을 먹으려는데, 시원한 다슬기탕이나 민물 매운탕을 파는 곳은 문을 닫았고
한우고기를 파는 곳은 영업한다.
다행히
골목 안 한식당에서 두부 전골을 점심으로 들었는데,
어찌나 맛있고, 음식이 깔끔하여 내일 사자산 적멸보궁 법흥사를 가게 되면 이곳에서 점심을 들 예정이다.
오후 나머지 시간에는
단종의 유배길 중 단종 일행이 주천강을 건너 잠시 숨을 고른 쉼터에서 시작하여
해가 지는 서쪽을 향하여 예를 갖췄다는 배일치를 담는다.
1457년 6월 21일
창덕궁 돈화문을 나와 화양정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6월 22일
광나루에서 한양을 떠나 영월 청령포 유배길에 나선 지 엿새째 날,
6월 27일
원주 신림 역골을 출발하여 싸리치와 솔치를 넘어 영월 땅에 들어서자 갈증이 났을 것이다.
솔치를 넘어 멀리 우물에서 목을 축인 곳이 어음정이다.
어음정을 출발하여
주천 역골에서 유배길 마지막 밤을 지새우며 단종은 얼마나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을까?
역골에서 마지막 밤을 지나고,
6월 28일
역골을 출발하여 주천에 도착 강을 건너는데, 일행이 50명이 넘어 시간이 제법 걸렸을 것이다.
단종은
남은 일행이 무사히 주천강을 건너기를 기다리며 이곳에서 잠시 숨을 돌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역골에서 이곳 쉼터까지는 시오리 길인데, 오늘 청령포에 닿으려면 80리 길을 가야 하니
오래 쉴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
쉼터
단종이 청령포로 유배가는 길에 잠시 쉬어간 곳
쉼터에서 청령포를 향하여 십리길을 가다 보면
왼쪽엔 주천강이 흐르고 절벽 비탈진 고개를 만나는데, 이곳이 군등치이다.
▽
△
군등치(君登峙)
쉼터에서 십여리를 지나자 절벽 아래에는 주천강이 휘돌아가는 험난한 고갯길을 오르는데
"이 고개는 무슨 고개인데 이다지 가파르고 험한가?" 라고 물으니
"노산군께서 오르시니 군등치(君登峙)라 하옵지요."
그래서
그후 이곳은 ‘임금(君)이 오른(登) 고개(峙)’로 군등치라고 불리었단다.
지금은 차로 단숨에 넘을 수 있고, 걸어서도 군등치는 그리 높지도, 험하지도 않지만,
그날
단종에게 영월로 향하던 7일간의 유배길은 정신적 .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웠고,
심리적으로 더 높고 험하게 보였을 것이다.
단종이 청령포에 머물다 홍수가 나 영월부 객사인 관풍헌에 머무는 동안 지었다.
‘자규시(子規詩)’
一自怨禽出帝宮 (일자원금출제궁) 한 마리 원한 맺힌 새가 궁중을 떠난 뒤로
孤身雙影碧山中 (고신쌍영벽산중) 외로운 몸 짝 없는 그림자 푸른 산속을 헤맨다
暇眠夜夜眠無假 (가면야야면무가) 밤이 가고 밤이 와도 잠 못 이루고
窮限年年恨不窮 (궁한년년한불궁) 해가 가고 해가 와도 한은 끝이 없구나
聲斷曉岑殘月白 (성단효잠잔월백) 두견 소리 끊어진 새벽 멧부리에 지새는 달빛만 희고
血淚春谷落花紅 (혈루춘곡락화홍) 피를 뿌린 듯 봄 골짜기에 지는 꽃만 붉구나
天聾尙未聞哀訴 (천롱상미문애소) 하늘은 귀머거리인가 애달픈 하소연 듣지 못하는데
何柰愁人耳獨聰 (하내수인이독총) 어찌하여 수심 많은 내 귀만 홀로 밝은고
※ 자규 - 두견새
※ 관풍헌 앞 마당엔 자규루라는 정자가 있다.
△
군등치에서 본 주천강
군등치 고개 정상에 서면
주천면 소재지를 지나 굽이치는 주천강의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내가 보기에는 보기 드문 아름다운 경치인데
단종의 눈에도
이곳 경치가 나처럼 보였을까?
군등치 아래 용석리에는 주천강 물줄기가 U자 형태로 휘돌면서 만든 특별한 모양의 땅이 있다.
지형을 보니
옛 주천강의 흐름은 산등성이 밑을 흘렀을 터인데
지금은 주천강이 군등치로 흘러 넓은 공터가 생겼는데 건너는 다리도 없다.
주천강은
다음에 도착할 한반도면에서 평창강과 한반도지형을 만들고 합수하여
서강이란 이름으로
영월 청령포를 지나 영월 합수부에서 동강과 합류하여 남한강이란 이름으로
제천과 단양을 흘러들어 충주호로 흘러 든다.
험한 군등치를 오르며
단종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애써 지우며 터벅터벅 길을 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던중
억울하고 서러워 도망치고 싶은 단종의 마음을 아는 듯 단종이 타고 있던 말에서 말방울이 떨어졌다.
그 후로
이곳을 "방울재" 라 부르게 되었다.
방울재를 오르면 한반도 지형 전망대가 가깝다.
한반도 지형은 단종의 유배길과는 상관 없으나 명승지이기에 따로 한반도 지형에 대해
사진을 올릴 것이다.
△
단종이 지는 해를 바라보며 절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해를 보고 절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한양에 두고 혼 정순왕후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피눈물 흘리며 정순왕후를 향해 절을 했을 거란 생각이다.
배일치에서 약 시오리길을 달리면
청령포를 시오리 남겨 둔 곳 우측 서강 가에 동그란 산봉우리가 보인다.
△
10. 옥녀봉
단종은 봉우리를 보면서
다소곳한 수줍은 여인의 모습을 연상하여 한양에 두고 온 정순왕후 송씨의 모습을 닮아
단종은 이 산봉우리를 '옥녀봉'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
△
옥녀봉과 선돌
단종의 유배길은 옥녀봉 아래 도로와 멀리 선돌 아래를 지나 청령포로 향했다.
▽
선돌과 선돌 전망대를 당겨 본다.
△
소나기재
어떤 책에는 단종이 소나기 재를 넘었다는데, 그것은 이치상으로 옳은 글이 아니다.
왜냐하면
옥녀봉에서 선돌 아래로 옛길이 있었다.
그리고
강가의 길로 가면 청령포가 금방인데,
해가 지고 모두가 힘들었을 시간인데 일부러 50여 명이 힘든 고개를 넘을 이유가 없다.
△
선돌
명승 제76호
△
저 멀리 옥녀봉에서 서강을 따라 난 옛길로
단종의 유배길은 선돌 아래를 지나 서강이 흘러가다가 휘돌아 가면 그곳이 청령포이다.
그러나
지금은 선돌 아래에는 옛길이 없어져 버렸다.
△
서강에서 본 선돌
△
선돌의 일몰
한여름 해는 길다지만
단종과 그 일행은 배일치에서 지는 해를 보고 떠났으니
배일치에서 청령포는 약 12km,
아무리 빨리 걸어도 3시간은 족히 걸리니 늦은 밤 청령포에 도착했을 것이다.
△
청령포 전경
드디어 청령퐁에 도착했다.
원래는
청령포는 내일 아침 방문하기로 마음 먹고, 영월 읍내 숙소를 먼저 알아보기로 했다.
그러나
여행 일정은 오늘 청령포에 도착하는 것이었기에 밤 8시가 지나 청령포를 왔다 간다.
9월 17일
하루종일 서울 돈화문에서 단종의 유배길을 더듬어 가며 광나루터까지 다녀왔다.
9월 25일
여주 이포나루에서 신남 싸리치까지는 흔적이 남은 몇 곳만 보고
싸리치에서 솔치를 넘어 영월 땅을 지나 부지런히 달려 해 진 후 밤중에 청령포에 도착했으나
내일(9월 26일)
오전에 다시 찾아와 청령포를 살펴보기로 했다.
9월 24일
추석날이었으니
9월 25일 보름달은 그야말로 둥근 보름달인데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낯선 곳이다.
늦은밤
바람을 쐬러 동강가에 나오니
동녘 산 위 어둔 하늘 보름달이 하얀 이를 드러내듯 활짝 웃고,
영월 동강 위를 지나는 동강대교 야경이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답다.
아주 오래전
영월 청령포와 장릉은 이미 다녀갔으나
정작
창덕궁 돈화문에서 영월 청령포까지 단종의 유배길을 더듬어 본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추석 연휴를 맞아
의미있는 역사 여행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내일
아침 일찍 단종이 세상을 떠난 곳 관풍헌과 낙화암 그리고 청령포와 장릉을 돌아볼 것이다.
밤기운 찰 것을 예상하고 긴팔을 입었는데도
낯선 땅
영월의 밤은 차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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