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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馬처럼 걷는 대구+경북 여행

(봉화) 명승 제 60호 - 비 내리는 석천계곡과 석천정사

 

명승 제60호

비 내리는 석천계곡과 석천정사

 

 

 

 

언제 : 2018년 5월 6일 월요일

어디 : 경북 봉화군 봉화읍 유곡리 삼계1리, 유곡1리

 

 

비는 그치지 않고 내린다.

닭실마을과 청암정 그리고 충재박물관을 둘러보고 석천계곡에 있는 석천정사를 찾아간다.

 

태백산지에서 발원한 물이 응방산과 옥적봉을 지나면서 봉화산골에서 흘러온 옥수와 합쳐져

봉화읍 유곡리에 이르면 마침내 시원한 계곡을 풀어 놓는데

이것이 바로 석천계곡이다.

 

  

 

 

닭실마을을 벗어나

석천계곡 석천정사를 찾아가는 좁은 황토흙길 한편에는 계곡물이 흐르고 다른 한편은 장송들이

늠름하게 서 있다.

 

 

 

 

송림길 따라 바위 모퉁이 돌아서니 저만큼 석천정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석천계곡에는 충재 권벌의 장자인 청암 권동보가 지은 석천정사가 있다.

봉화에서 생산되었던 유명한 춘양목을 재료로 했으며, 잡석을 쌓아 올려 탄탄히 터를 다진 후 세웠다.
 석천정사는 계곡 바로 옆에 세워져 있는데 난간에 기대어 내려다 보는 경치도 절경이다.

 

 

 

 

석천정사 난간에 기대어 비 내리는 석천계곡과 송림을 감상하렸더니

문이 굳게 닫혀 정적만이 감돈다.

 

 

 

 

정면 사진을 담으려면 나무다리를 건너 맞은편으로 가야하는데,

비가 내려 물이 불어 맞은편으로 건널 수 없다.

 

 

 

 

석천계곡에는 권벌의 맏아들인 권동보(權東輔, 1517~1591)가 지었다는

석천정사(石泉精舍)가 자리하고 있다.

 

 

 

 

그는 양재역 벽서 사건으로 아버지 권벌이 삭주로 귀양을 가 1년 만에 사망하자

관직을 버리고 20년간 두문불출한 올곧은 선비였다.

 

선조 때 아버지의 무죄가 밝혀지자 복관되어
군수에 임명되었으나 벼슬을 사양하고 전원으로 돌아가 이 계곡 위에 석천정사를 지었다.

그는 이곳에서 산수를 즐기며 여생을 보냈다.

 

 

 

 

오늘날 닭실마을은

봉화읍에서 울진방향으로 난 신작로인 36번 국도에서 마을로 진입하도록 되어 있지만,

예전에는 석천계곡을 지나는 길이 마을의 주 진입로였다.

 

이 길은 내성천의 지류를 따라 올라가는 길인데, 오늘날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 길이다.

 

 

 

 

 

 

 

 

 

 

 

 

 

 

 

 

 

 

 

 

 

 

석천계곡은 주변 산세가 나즈막하고 소나무 숲이 울창하며,

골이 깊지 않아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계곡 깊숙히 들어갈 수 있고, 계곡폭도 넓고 평평하며

넙적한 바위가 자리를 깔아놓은 듯 계곡 곳곳에 흩어져 있으며

그 하얀 바위 위로 투명한 물이 흘러내린다.

 

 

 

 

 

 

 

 

 

 

 

 

 

 

 

 

옛날에는 석천계곡을 지나야만

천상의 새라고 하는 금 닭이 알을 품고 있는 천하의 명당을 볼 수 있다.

석천계곡은 바로 이러한 이상향의 세계,

신선이 사는 선계로 들어가기 위해서 반드시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장소다.

 

이 계곡은 통과의례가 이루어지는 마을의 문으로서,

닭실 마을의 대문과도 같은 곳이다.

 

정자 앞의 개울을 건너 다시 한 번 오른쪽으로 굽이진 협곡을 돌아서면, 닫혔던 시야가 확 넓어지면서

금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이라고 하는 ‘금계포란지국金鷄抱卵之局’의 명당을 보게 된다.

 


 

 

 

 

 

 

 

 

 


마음 같아서는 한 보름 정도 석천정사에 머물고 싶다.


머문다고 해결되지 않겠지만,

석천계곡 입구와 출구를 막아버리면 아무도 걸음 할 수 없는 곳에 발가벗고 계곡물에 몸 담그고

골짜기 찾아오는 햇볕에 삭신 말리어

누각에 누워 지나는 바람 붙잡고 속말 나누고 싶다.


밤이면 짐승 울음, 발소리 요란하겠지만, 담장 높고 방문 굳게 걸어

문틈으로 보이는 밤하늘 별들과 얘기하고 싶다.


67년 살아오며 두 다리 쭉 펴고 두 팔 벌리고 살아온 적 얼마나 있었을까만

 요즘처럼

정신 사나운 적 별로 없었다.


어버이날,

93세 어머님 귀 어두워 막내 여동생에게 대신 안부 전화 드리고, 92세 장인어른께 전화 드렸는데,

90세 장모님은 병상에 계셔 안부 전화도 드리지 못한다.


그렇게 사시려고 오래 사시는 것 아닐 터인데,

걸으면 발에 사사건건 걸리고,

웃어보려 하면 검은 그림자가 다가와 웃음을 빼앗아 간다.

 

무심히 비 내리는 석천계곡에 보름 정도 머물면

사나운 정신도 맑게 정리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