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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馬처럼 걷는 충남 여행

(아산) 봄꽃 지는 천 년 고찰 봉곡사


봄꽃 지는 천 년 고찰 봉곡사


 

 


언제 : 2018년 4월 30일 월요일

어디 : 충청남도 아산시 송악면 유곡리 595


 

봄꽃 지는 2018년 4월 마지막 날.

 

세상의 모든 것이 한 송이 꽃이라며 만공스님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곳,

 

1795년 겨울,

정3품 당상관에서 종6품 금정찰방(홍성)으로 좌천된 다산 정약용이

13명의 실학자와 10일 동안 성호 이익선생에 대한 학술 추모대회를 열었다던 봉곡사.

 

오래전부터 봉곡사를 동경하며 그분들이 걸었던 길을 걷고 싶었는데,

세월은 덧없이 흘러 내 나이 67세인 2018년 4월 30일,

봄꽃 무심히 지던 날

천 년 송림을 걸어 흔하게 보던 일주문도, 사천왕문도 없는 조금은 쓸쓸한 봉곡사에 섰다.


이제는

다산의 흔적도,

만공스님의 숨결도 찾아볼 수도 없는 적막한 봉곡사에는

화사했던 봄꽃이 지고 있었다.

 

 

 

봉곡사 찾아가는 길 옆으로

맑은 개울물이 흐르는데, 이 물은 봉곡사 골짜기에서 내리는 물 중 한갈래이다. 

 

  

 

 

 

 

 

  

봉곡사는

다산 정약용선생과 만공스님으로 인해 이름 났지만,

최근에는

봉곡사 주차장에서 봉곡사까지 약 1km 송림은 천 년의 숲길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제법 유명하다.



 

 


 

 

행여

봉곡사를 못 찾아갈까 봐 연등이 길 안내한다.

 

 

 

기원 

 

 

 

 

 

 

 

 

 

 

 


소나무가 곧바른 것이 하나도 없어 재목감으로 쓸 수 없어 이곳 소나무는 배임을 당하지 않았다.   

 

 

 

늦은 오후인데

여자분이 혼자 봉곡사를 찾아간다. 

 

 

 

개울 건너 숲 사이로 봉곡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 

만공탑

 

 

 

 

공산이기고금외(空山理氣古今外) 백운청풍자거래(白雲淸風自去來)

공산의 이기는 고금 밖이라 흰구름 맑은바람 스스로 오고 간다

 

하사달마월서천(何事達摩越西天) 계명축시인일출(鷄鳴丑時寅日出)

무슨 일로 달마는 서천을 건넜는가 축시에 닭 울고 인시에 해 뜬다.

 

 

 

 

세계일화(世界一花)

만공스님 친필

 

 

만공탑

 

 

 

 

 

 

 

 

 

 

봉곡사에 도착한 기분이 너와 같다!

 

 

 

아름다운 송림 길 걸어 기분 좋은데도 목은 마르다

맑은 샘물 한 바가지 받아 마시니 뱃속 저 아래에서 고맙다며 물맛도 좋다 한다.

 

 

 

5월 22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라 절에는 화려한 연등을 달았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나면 그뿐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꽃이 피기까지 고통과 좌절을 이겨내어 꽃을 피우듯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사는 동안 슬픔도 기쁨도 느끼지만

모란이 영원하지 않듯 우리의 행복은 영원하지 않고 곧 사라진다.


 그 희망 사라지면 좌절하고 실망하여 삶은 피팍해지고 살고 싶은 욕망도 사라지고 말지만,

존재하는 것은 생성과 소멸은 필연적이다.

 다시

봄이 오면 꽃이 필 것을 믿고

우리는 실망하지 않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

봉곡사

 ▽ 

 △

봉곡사 전경


흔하지 않은 인연들의 숨결이 머문 봉곡사 송림길을 걸어 올라오면서 

일반 절에는 대부분 있던 일주문도 사천왕문도 없다.

봉곡사는

기울어진 청기와 지붕 대웅전과 옆에 용도 모르는 건물 그리고 고방(전면 긴 건물) 뒤로는 큰 요사채, 

언덕 위에 삼성각이 묵묵히 오가는 이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다산이 13명의 실학자와 10일 동안 강학을 열었을 때,

요사채일 듯하여 들어가려니 출입금지라는데 ㅁ형으로 생각보다 큰 요사채다.

 

대웅전과 요사채

 

 

 

 

 △

봉곡사 금낭화와 연등

 

 

연지에서 본 봉곡사

 

 

 

내가 왔으니 또 떠나야 누군가가 올 것이다.

봉곡사를 떠나며

 

 

 

 

 

 

 

미세먼지 없는 청명한 날

솔향 그득히 가슴에 담고 이 천 년 솔길을 걸어보면 얼마나 좋을까만.

 

 

 

허상처럼 서 있던 일주문과 천왕문보다

구부러져 살아남은 장송들을 지나니 일주문과 천왕문보다 더 행복을 느낀다.

 

 

 

저 덩쿨은 끝이 없는 줄 알고 장송을 의지하여 하늘로 오르겠단다

 

 

 

산다는 것은 이 고목과 같다

 

 

 

 

 

 

 

 

불현듯

어여쁜 새 한마리 날아와 개울 건너 앉아 나를 바라보며 뭐라고 하는데, 알아 들을 수 없다. 

할 말 있으면

알아 들을 수 있게 해야지....

 

다산과 만공의 부름으로 먼길 어렵게 찾아왔는데,

아무 대접도 하지 못하고 보내 마음이 아프다고 하는 듯한데

그러나

내게 대접은 봉곡사를 보고, 머물렀고, 천 년 솔길을 걸을 수 있었음으로 만족한다.


불자도 아니고 평생 시주도 안했는데

요즘

지옥같이 복잡한 마음의 짐을 벗어나 넉넉하고 여유롭게 만들어 극락세계와 같은

평온함을 어찌 부탁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