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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馬처럼 걷는 충북 여행

(충주) 충주호 악어떼 잡으러 가는 날

 

충주호 악어떼 잡으러 가는 날

 

 

 

 

언제 : 2018년 3월 12일 월요일

어디 : 충청북도 충주시 살미면 신당리


 

날씨 참 좋다.

미세먼지가 옅게 끼어 시계를 흐리지만, 햇살 좋으니 이보다 더 좋은 날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항상

대중교통을 이용해 혼자 여행을 하였는데,

지난해(2017년) 지인이 은퇴하여 함께 승용차로 일 년을 누비다가 지인은 능력이 있어 재취업하여

본래대로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첫 여행인데 은근히 걱정 된다.

 

05:00 

기상하여 라면으로 속을 덥힌 후 커피를 내리고, 점심으로는 사과 1개와 치킨 3조각 먹다 남은 것을 챙기고

오늘 날씨와 버스시간표 그리고 소요시간 확인


06:05

집을 나서 인천 지하철로 인천 버스 터미널 도착하여 느긋하게 충주행 버스표를 끊고

 

06:50

인천출발

 

 

 

 

 

충주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월요일이라 버스는 만원이다.

 

08:50

충주터미널에 도착

 

분명히

인터넷에서 인천~충주 버스 소요시간은 3시간이라 충주에서 연계되는 시내버스를 오래 기다리지 않으려고

인천 출발 버스 시간을 조절했는데

 

 

- 악어봉에서 본 월악 영봉 - 

 

오래전

혼자 월악산행 하려고 충주 오는데 버스가 예정 시간보다 늦어 월악산행 버스를 몇 분 차이로 놓쳐

길 위에 버린 시간이 약 2시간 그래서 월악산 산행에 엄청난 어려움이 있었는데,

 

10:50

악어봉 가까이 가는 버스가 충주터미널 출발하는데, 2시간을 무엇을 한단 말인가?


비상이 걸렸다.

인터넷으로 지도를 검색하니 살미면사무소에서 악어봉까지 도보로 10.5km

1. 걸으면 2시간 30분 가다가 버스 오는 시간에 버스를 탄다.

2. 살미면에서 택시를 타거나 히치하이크를 한다.

 

 

 

09:15

수완보 가는 242버스를 타고 살미면사무소 하차하여 걷기 시작하는데,

모르면 물어라!

그곳 사람에게 물으니 버스를 너무 일찍 내렸다며 2km를 걸으면 용천 삼거리에서 좌측도로를 따라 걸어야 하는데

걷기엔 무리라며 여기서 기다렸다가 11시 버스를 타라네.

 

모르니 버스 기사에게 물었어야 했는데

대략 감으로 내렸더니.....

 

낯선 길 걸으며 보이는 풍경은

 겨울동안 과수원에 나오지 못한 농부들 손놀림이 바쁨을 보고 내 걸음도 바쁘다.


조금 심란해질 무렵

빈 택시가 오기에 세워 신당리 악어봉에 간다고 하니 그곳에 뭐하러 가냐 묻는다.

악어 잡으러 간다니 나를 다시 쳐다본다.

 

 

 

 

09:45

이 운전사는 악어봉에서 바라보는 충주호 풍광이 어떤지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10:15

지금은 폐쇄된 사진의 휴게소에 도착하니 요금은 11,000원

 

이미 지도를 익혔으나

월요일이라도 사진을 좋아하는 몇 사람이라도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이따금 달리는 경적 외엔 적막이 흐른다.

휴게소 앞

악어봉 가는 산길 몇 군데 입산금지 팻말을 세워놓고 적발하면 벌금 30만원 이하라네.

 

 

 

그렇다면

어디로 입산하라는 안내문이 있어야 하는데 안내문은 찾을 수 없고 황금같은 시간 15분을 허비했다.

 

내가 누구인가!

"안되면 되게 하라"는 육군 하사 포병학교생 중 2등으로 수료한 사나이 아니었던가!

길이 아닌 곳으로 입산하여

몰랑에서 통제된 길과 만나는 계획을 세웠다.

 

 

 

 

10:30

입산금지 되는 길을 피하다 보니 급경사에 가시덤불이 많고 얼었던 곳이 녹아 내려 참 어려웠으나

10여 분 후 몰랑에 도착하니 기존의 길이 나를 맞이한다.

 

11:10

오랜만의 산행이라 땀도 나고 목도 마르고, 작은 악어봉(448m)에 도착하여도 인기척은 없고

사진 찍기에 적당하지 않아 두 장을 담고 다시 큰 악어봉으로 오른다.

 

 

 

 

 

 

 

 

11:20

드디어 오늘 목적지 큰 악어봉(559m)에 도착하니 확트인 전방에 오랫동안 기대했던

 충주호 악어떼가 보란 듯 물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좌측 끝이 살미면 소재지인데

그곳에서 여기까지 걸으려고 생각한 나의 편견이 얼마나 무모했던가를 알게 한다.

 

 

 

 

멀리 왼쪽 충주댐 방향 - 오른쪽 제천 단양 방향

 

 

 

 

지금까지 악어봉에서 충주호를 바라본 풍광이다.

 

 

 

출발지점 폐쇄된 휴게소

 

 

 

 

 

 

 

 

 

 

 

 

 

 

 △

충주호 건너편 산길 

호수의 끝에는 배가 닿고,  배가 닿는 곳에서 길은 시작하여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은 길이 없다.

 

 

제천. 단양 방향 충주호

 청풍문화단지와 옥순담 구담봉을 만나는 방향

 

 

 

 

 

 

 

 

 

 

 

 

 

흔적

누구는 흔적 남기기를 바라고, 누구는 흔적도 남기지 말아라 한다.

 

 

 

 

 

산골 도로 끝

우리는 살다가 더 이상 갈 곳 없는 끝까지 가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그 끝이 사진과 같으니 돌아 나오던지 아니면 길이 없는 길을 가다 새로운 길을 만나야 한다.

 

 

 

 

회자정리(會者定離)

인연으로 이루어진 이 세상 모든 것들 빠짐없이 덧없음(無常)으로 귀착되나니,

은혜와 애정으로 모인 것일지라도 언제인가 반드시 이별하기 마련이다.


악어 봉에서 충주호로 잠수하는 악어 떼를 보았으니

떠나야 한다.

 

 

악어봉에서 만난 소나무

다른 가지처럼 하늘 향해 오르지 않고 어찌해서 하늘로 향하다 다시 뿌리로 내려와 자랐을까?

허기야

가지는 하늘로 향해야만 되는 것은 아니고 남들이 향하지 않는 땅으로 향하는 것도 한 삶이다.

 

 


12:05

가능한 입산 통제 지역을 벗어나려고 악어 봉을 다녔으나

산이 이어지지 않고 악어 봉만 달랑 솟아 할 수 없이 왔던 길을 따라 하산하며

봄꽃이 행여 고갤 내밀고 있나 찾아도 뵈지 않는다.

 

12:30

폐쇄된 휴게소에 도착하여 나가는 버스는 약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해 히치하이크를 하여

고마운 땅 부자님 덕분에 충주 터미널에 도착한 시각

13:05

 

10:50 시내버스를 이용했다면

지금쯤 악어봉에 올라 충주호를 바라볼 시간에 나는 이미 하산하여 충주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고마운 땅 부자님

악어봉 휴게소에서 충주 버스터미널까지 나를 데려다준 고마운 분이다.

안성에서 타일 일을 하시는데, 처남이 제천 덕산면에 멋진 집을 지으려고 땅을 샀다고 자랑해서 구경하러 갔다가

처남 땅 보다 더 좋은 위치에 땅을 싼값에 판다기에 3천 평을 샀단다.

 

그곳에 멋진 집을 짓고 주변은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려는 생각이었는데,

지금 하는 타일 일이 돈벌이가 좋아 당장 일을 놓지 못하니 철 따라 잡곡을 심는데 너무 아깝다며

누가 집 지어 살만한 땅이나 팔았으면 좋겠단다.

 

세상은 참으로 우습다.

누구는 자기 땅 한 평이 없어 고민하고 누구는 땅이 넓어 힘들어하다니.....

 

 

 충주호의 설경이 아름다워 모셔온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