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내리던 날 작은 공원의 소회
언제 : 2017년 1월 20일 금요일
어디 : 인천 서구 석남동 녹지공원
04:00
새벽에 일어난다는 것,
아침잠이 없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의미이다.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창밖 잠든 도시의 껌벅거린 불빛을 바라보는데,
형광등 불빛에 반사된 회색 눈송이가
오색으로 치장한 모텔과 시커먼 건물들 그리고 이 골목 저 골목 늘어선 도로 위에 내리고 있다.
아내가 출근하자마자
해오름동산이라는 우리 동네 녹지 공원으로 가는데, 눈 속에 발이 푹푹 빠진다.
첫인사
노송
주막
한여름 밤에는 이곳에 둘러앉아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더구먼.
부지런한 누군가는 하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숲의 달콤한 새벽잠
사람이 이렇게 조화를 이룰까?
사람이 잠자는 시간에 하나님께서 내리신 눈이 빈 가지 위에 함박꽃을 피웠다.
삶
당신과 나
지구의 동녘 어느 귀퉁이 같은 곳에서 나,
내일 어떻게 될 줄 모르면서 잠시 어려우면 고통스럽다고 울고,
잠시 기분 좋으면 행복하다고 웃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보이는 모든 것
보이지 않은 어떤 것
혼자 있으면 외롭고 함께 있으면 스트레스받는 것도 허울이라는 가면을 쓰고 순간순간 지나가는 것이다.
당신과 나,
달고 쓴 것을 알기에 탐욕을 버리려 애쓰며,
오욕(五慾) 칠정(七情)에 대항하지 않고
수긍하는 것이 삶의 지혜라는 것을 안다.
- 우촌의 넋두리 -
색욕, 식욕, 명예욕, 재물욕, 수면욕의 오욕(五慾)과 희노애락애오욕 (喜怒哀樂愛惡欲)의 칠정(七情)
얼어버린 물레방아
남도 어느 절에는 벌써 매화가 피었다는데, 우리 동네 매화꽃나무는 깊은 잠을 자고 있다.
심술맞은 바람이 늦잠 자는 나무들을 깨우며 지나간다.
무언(無言)
그리움
도대체 그리움은 무슨 색깔일까
어둔 밤에는
회색
하얀 눈 속에
엷은 분홍색
숨박꼭질
세 여인
자아(自我)
찍고 보니 원근과 색의 배열이 참 좋다.
자아(自我)
내 마음 머무는 곳
여름엔 덩굴장미 터널인데
눈을 머리에 인 덩굴장미
무제(無題)
마른 장미와 아침 해
누명
고의로 꽃송이를 눈 속에 던지지 않고 가시에 옷이 걸려 엉겁결에 심하게 옷을 당기니
순간
눈 속에 떨어진 장미다.
여운
무심히 지나려다
어떤 메시지가 보여 담았다.
유무(有無)
바람이 불어도 숲이 무성한 나무에는 눈이 남지만, 볼 품없는 나무의 눈은 홀라당 날라가 버린다.
소녀상
꽃병을 안고 있는 소녀상인데
연인들의 그네
참 부끄러운 요즘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는 해결하며 나아가는 것이 옳지만, 때론 보이지 않게 덮어버리고 싶은 것들도 많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데.....
이럴 때
하얀 눈으로 그러한 것들을 덮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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