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 제86호
화림동천(花林洞天)의 계원 농월정(弄月亭)
어디 : 경남 함양군 안의면 월림리
거연정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을 양으로 근처 장어구이 집에 들러 장어탕을 주문했더니
장어구이를 먹어야만 장어탕을 끓여준단다.
하기야
여행 중 점심을 편하게 먹는다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할 수 없이 농월정까지 내려오는 도중에 있던 군자정과 동호정을 둘러보고 농월정에 도착했다.
‘정자탐방로’도착점이자‘선비탐방로’출발점은 농월정과 너럭바위 월연암인데,
화림동 계곡 경관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제일의 경승이었다.
13:45
농월정 근처 식당은 닭백숙과 자연산 민물고기 매운탕이라네.
금천에는 민물고기도 많은지.
주인아저씨 - 우리 식당은 우리나라에서 민물고기 매운탕을 제일 맛나게 끓인다며 맛없으면 돈 안 받는다고
뻥 치는 모습이 나쁘지 않다.
민물고기를 좋아하지 않아 머뭇거리는데, 동행인이 좋아한다며 35,000원 메기 매운탕에 공깃밥 따로를 덜컥 주문해
어쩔 수 없이 먹어본 메기 매운탕은
왜 지금까지 민물고기를 회피했는지 모르겠네.
생전 처음으로 먹어본 메기매운탕으로 배부르게 점심 들고 농월정을 찾아 나섰더니
멀리 금천이 흐르는 계곡이
온통 허옇다.
농월정이라는 이름은 '달을 희롱한다'는 뜻으로,
그 이름처럼 밤이면 달빛이 농월정 물아래로 흐른다고 한다.
농월정 앞에 넓게 자리하고 있는 반석을 달바위라고 부르는데, 바위 면적이 정자를 중심으로 1,000여 평이나 된단다.
보이는 다리를 건너 농월정으로 걸음을 옮긴다.
월연암 위의 농월정
함양군 안의면 월림리 소재 농월정은
조선 선조 때 관찰사·예조참판을 지낸 지족당 박명부(1571~1639년)가 고향으로 돌아와 지었다.
농월(弄月)이란 ‘한잔 술로 달을 희롱하다’라는 뜻이고 월연(月淵)은‘못에 비친 달’을 의미한다.
음력 보름 둥근달을 보면서 농월정에 앉아 술 한 기울이는 정취는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다는데, 아쉽게도 농월정은 2003년 10월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소실되어 방치되다가,
2015년 9월에 다시 농월정을 옛 모습대로 복원했다.
유홍준 교수의 표현대로라면
“덕유산에서 발원한 계류가 흙모래를 다 쓸어내고 골격 큰 화강암 바위를 넘으면서 곳곳에 못을 이루고
어쩌다 너럭바위를 만나면 미끄러지듯 흘러내려 아름다운 풍광을 곳곳에 빚어” 놓은 곳이
남한 최고의 탁족처로 꼽히는 화림동이다.
함양군 서하면과 안의면을 굽이굽이 흐르는 이 일대의 계곡은 과거 보러 한양으로 떠나는 영남 유생들이
덕유산 육십령을 넘기 전 지나야 했던 길목이었다.
농월정 암반
농월정에서
암반
고인 물
은은히 달 떠 있고
길손
기운 술잔에도
달이 있구나.
월연암
농월정
카랑카랑 시 읊으시며 술잔 기울던 지족당,
달
희롱하신 모습
뵐 수 없어
이리 훌쩍
저리 훌쩍
암반 건너니
금천
가슴
들랑이는 허연 너럭바위 위
지족당장구지소(知足堂杖屨之所)
점잖게
기다리시네.
지족당장구지소
"지족당께서 지팡이를 짚고 거닐던 곳"
월연암 위에 세워진 농월정은
봄 여름 가을이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는 농월정
한 겨울이라서인지 몇몇 사람 보이고 물 내림 소리만 힘차다.
농월정 암반에서
이 지역 현감으로 부임했던 연암 박지원(1737~1805)은
“한양 사람들이 무더운 여름날 화림동 계곡에 발 담그고 족탁 한 번 해보는 것이 소원이라더니 과연 화림동이구나”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함양군의『누정기(樓亭記)』에는 “청나라 사신들이 개성 기생과 함께 말을 타고 내려와 화림동에서 풍류를 즐기고 갔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한다.
농월정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서너 대 서 있다.
점심을 드는 사이
한 무리 아낙들과 아제들이 구성진 뽕짝에 맞춰 신나게 노시는데 그 기운이 방에 차고 넘친다.
소주라도 한잔 마셨다면
그들과 어울려 한바탕 놀면 좋겠더만, 숨 막힐 듯 짜여진 일정에 농월정을 둘러보고 내려오니
또 다른
식당에는 아낙들만 들썩들썩 흥겨웁다.
그들은 신나게 놀고 우리는 다음 목적지 거창 수승대를 찾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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