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연정(居然亭)에서
더 갈 곳 없으면 좋겠다.
굴곡진
바위
걸터앉아
검푸른
소(沼)
바늘 없는 낚싯대 드리우고
육십령 오가는 목마른 길손에게 세상 물정
물어
듣고
눈 부라리는 은어
초장
찍어
틉틉한 막걸리
너 한 잔
나 한 잔
걸쭉하게 나누고 싶다.
정말로
오늘은 더 가고 싶지 않다.
거연정
마루
누워
덕유산
헐떡거린 눈보라 흩날림
속
육십령 오가는 아무나
불러
들여
얼음 속
물고기
사랑 얘기 들으며
걸쭉하게 취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떠나야 하는가 보다.
- 시작노트 -
거연정(居然亭)은 경남 함양 화림동 계곡에 있는 아름다운 정자로,
남덕유산 발원한 개울이
깊이를 알 수 없는 검푸른 소를 이룬 곳에 기암괴석과 고목들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이룬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