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
밥상 요리로 오르기는 서먹하지만
맛스럼에
새우는 빠질 수 없다.
항상 허리 펴지 못하고
두 손
배꼽에 모은
단단한 갑옷 입은 허리 굽은 노장군같지만
옛 궁궐 내시라면
어떨까.
평생
허리 펴지 못한 등 굽은 새우는
요즘 말로 을이다.
새우도
거치장스런 갑옷 벗기면 온 몸 붉어
요리조리 살펴보다
새콤한 초장 찍어 한 입 넣는
달콤함
그래서
등신들은 무릎 꿇리고 손질하며 달콤함을 느끼기에
개지랄 하는 걸까.
갯펄 펄럭이다 말라가는
해 늦은
포구
마른 목구멍에
소주 한 잔
털어 넣고
튀긴 새우 한 입 물고 저녁 떼우는
중년은
어쩔수 없이 갑이 된다.
벌거벗은 새우
고통과 창피 모르고 맛있게 먹는
나도 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