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급행은 서지 않는 흑석역 앉아
가고서는 지하철
본다
골 난 듯 지나치는
급행
살갑게 다가와 기다리던 사람들을 태우는
보통
우습게
지하철도
우리 삶처럼 급행, 보통이 있다
어느
먼 여름
강릉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걸어본 적 있다
새벽길
나서
저녁 문 닫는 중국집 짜장면 한 그릇에 고량주 마시고
낯선 여인숙에서 머물다
새벽
발꿈치에 물집 터져 절룩이며 걸었었다
왜
치료한 후
다시 걸으려는 생각을 못했는지 아쉽다
또 다른 지하철이 들어온다
누구는 뵐 듯 말 듯 미소로
누구는
도살장 끌려가듯 무겁디 무겁게 오른다
지하철 떠나면
유리창에 비취인 혼자인 나를 보고
나는 웃는다
좋은 사람 기다리는 시간은
왜
이리 더딜까
지긋지긋한 것과
아쉬워 입맛 다시는 그 생각의 다름은
한 곳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기쁨도
아픔도
같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
누구를
기다려 주는 것은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