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의 미리내성지(美里川聖地)
언제 : 2015년 11월 10일 화요일
어디 :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미리내
정말 보고 싶었던 곳.
늦가을
가뭄으로 단풍이 아름답지 못하다는 올가을,
최초의 한국인 신부이며 1846년 한강 새남터 형장에서 순교하신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묘가
어떻게 멀고도 먼 경기도 용인의 시궁산과 쌍령산 중심부 깊은 골 안성땅 미리내에 자리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안성 미리내를 찾았다.
몇 년 전 김대건 신부의 생가였던 충청남도 당진 솔뫼성지를 다녀왔는데
그의 무덤이 있는 경기도 안성 미리내성지를 보겠다는 마음은 늘 있었는데도 늦었지만
미리내성지에 걸음 할 수 있어 다행이다.
안성 미리내 가는 길
애덕고개
멀리 산을 넘는 고개 이름은 애덕고개로
1846년 9월 16일 서울 한강 새남터 형장에서 순교하신 김대건 신부 시신을 미리내 청년 이민식이 관헌의 눈을 피해
시신을 모시고 넘어 1846년 10월 30일 미리내에 안장했다.
미리내성지
입구에서 본 지형은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그야말로 첩첩산중인데 다행히 남쪽으로 골짜기를 이루며
조그만 숨통이 뚫린 깊은 곳에 미리내성지가 있다.
우리가 본 천주교 미술품은 주로 서양 위주의 작품이었는데
미리내성지에 들어서면 우측에 하얀 대리석 조각품은 아주 특별하게 좌우 중간 부분에 한복을 입은 신자들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아랫부분에는 순교자들이 모진 고초를 당한 모습이 조각되었으며
한복을 입고 십자가를 맨 사도를 중앙에 세워 하늘에 계신 분께 경배하고 있다.
가로 23m. 높이 5.5m
△
우측 조각에는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해 당시 교황이셨던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직접 우리나라를 찾아 103위 성인을 시성했는데
이를 기념하기 위해 작품 속에는 103인이 조각되어 있다.
△
좌측 조각에는 124위 순교복자상이며,
맨 좌측에는 청동으로 김대건 신부상이다.
▽
김대건 신부像
1821년 충남 당진에서 독실한 천주교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15세에 모방신부(Pierre-Philibert Maubant, 1803~1839)에게 세례를 받고 그해 12월에 다른 2명의 신학생과 마카오에서
신학공부를 하고 1845년 중국에서 조선인 최초로 사제 서품을 받고 돌아와 서울과 경기도 일원에서
포교활동을 하다가 1846년 백령도에서 체포, 그해 9월 서울 한강 새남터형장에서 순교하심.
은하수를 순 우리말로 미리내
이곳을 미리내라고 하는 이유와 미리내 성지에 대한 설명인데 어쩌면 미리내성지 얼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보존 상태가 안타깝다.
미리내성지 안내
성모 마리아 상
성 요셉 성당
1907년 우리나라 신학교에서 최초로 신품성사를 받은 강도영 마르코 신부가 이곳에 머물며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지은 성당으로
신도들이 성당에 올 때 돌을 가지고 와서 지은 성당이라 더욱 의미가 있는 성당이다.
성 요셉 성당 전경
△
말구 우물
한국땅에서 최초로 서품을 받은 강도영(마르코) 신부는 1896년 미리내 초대본당 신부로 부임하였다.
1906년까지는 현재의 103위 성전 남쪽에 위치한 한옥을 성당으로 사용하다가 요셉 성당을 신축하여 본당을 이전한다.
말구 우물은 성당 신축과 생활용수 사용을 위해 강신부가 1905년경에 팠다.
당시 30자 이상을 파들어 가다가 암반층을 만나게 되었는데 강 신부는 포기하지 않고 5자를 더 파들어 가
결국 물줄기를 찾아내는 데 성공하여 현재의 우물을 완성하였다.
물줄기는 성전 쪽과 반대 방향 암반 틈에서 두 줄기로 나오고 있다. 20여 년 이상 사용하지 않던 우물을
2008년 낡은 누각을 헐어내 개축하고 다시 사용하여 현재에 이르며,
말구 우물은 강도영 신부의 세례명을 따라 후대에 지은 이름이다.
도시의 욕심 많은 공룡같이 덩치만 큰 교회처럼 흉하지 않게
작지도 크지도 않으며
어디에든 흔한 돌로 된 성 요셉 성당이 숲 속 나지막이 자리하여 사방이 높은 산이 둘러싸여 한 귀퉁이로 난 골짜기를 따라
숨통 길을 조망할 수 있어 좋았고, 소박한 성당으로 탐욕과 이기가 거하지 않을 것 같아
아직 신앙을 갖지 않았지만 은근한 끌림이 있었다.
성 요셉 성당 제대
성 요셉 성당 제대 아래 노란 빛 위 네모 틀 안에는 김대건 신부의 아래 턱 뼈가 보관되어 있는데,
가까이 가서 촬영을 못해 아쉬웠다.
성 요셉 성당에서 본 단풍 속의 미리내 103위 순교 시성 기념 대성전
성 요셉 성당을 뒤로 하고
미리내 103위 순교 시성 기념 대성전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올라가는 길 개울가에 순교자들이 흘린 피처럼
핏빛 단풍이 붉게 물들어 먼 길을 온 나를 열렬히 환영하는 환상적인 풍경을 선물한다.
아!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는 고운 마음을 가진 것인가?
과연
내가 단풍의 속살을 볼 수 있어도 되는 것인가?
귀여운 어린아이가 단풍을 보고 아름답다며 소리를 지르고 좋아라 한다.
천사들의 눈에도 단풍은 곱게 보인가 보다.
동방박사가 별을 보고 예수 탄생을 알고 축하하러 가는 모습
외양간에서 예수 탄생
예수 탄생 외양간 모습
만추(晩秋)
학창시절
김대건 신부에 대해 막연하게 알았지만, 그에 대한 존경심은 지금까지 함께 하여
몇 년 전 그의 생가인 충청남도 당진 솔뫼성지를 다녀오고, 무덤이 있는 경기도 안성 미리내성지를 꼭 보고 싶었는데
온종일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로 뿌옇게 흐린 날
집을 나섰다.
올가을 단풍은
너무 가물어 기름져 아름다운 단풍보다는 꼬실라 져 볼품없다는데,
미리내성지 단풍은
순교자 핏빛이 연상되는 아주 기름진 빨간 단풍과 그들의 순수한 영혼이 연상되는 노란 단풍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볼 수 있었으며,
103위 성인 기념성당과 김대건 신부 묘는 후편에 소개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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