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말(土末)에서
바랑 하나
매고
왔습니다.
구순
노모
고향에 모셔 드리고,
티격태격
아내
떠나
파도
애태우며,
동백꽃
더욱
붉은 밤
토말(土末)에 왔습니다.
삶이 버거울 땐 버리면 가볍다기에,
등에 진 바랑
놓고
아침도 걸러
터벅터벅
응어리
토말 탑에서 버리었습니다.
끝없는 하늘과
확 트인 바다와 삼천리 등허리
보고 싶어
사자봉 오르는데
두 다리
아직
휘청거립니다.
찌든 영혼도 있음을 몰랐습니다.
버린다는 것,
참.
- 시작 노트 -
구순 노모께서 생전 처음으로 육십도 중반인 큰아들 집에 오셨다가 병원에 입원하시어
혼이 났습니다.
딱 열흘 입원하셨다가 좋아지셔 그간 티격태격 다투던 아내 두고,
동생 내외가 있는 어머님 고향 집에 모셔다 드리고, 버스 타고 혼자 땅끝마을 해 질 녘에 내렸습니다.
삶이 고해(苦海)라지만
부부로 혹은 홀로 산다는 일 참 힘듭니다.
버리면 가볍다기에
등에 진 바랑도 내려놓고,
아침도 거르며 땅끝 탑에 서서 마음의 응어리 버린다고 버리었습니다.
이젠
푸른 하늘과 트인 바다와 땅끝까지 이어진 산맥을 보려고 사자봉 전망대에 오르는데
두 다리 휘청거립니다.
머리가 무겁고,
정신이 무겁고,
영혼까지 무겁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결국
버린다는 것은 내가 없어지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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