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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馬처럼 걷는 인천 여행

(인천 강화) 눈 내린 강화도 나들길

눈 내린 강화도 나들길

 

 

언제 : 2014년 12월 21일 일요일

어디 : 강화도 장화리 ~ 선수 포구

 

어젯밤

아내와 약간의 언쟁이 있었는데,

오늘 아침도 둘 사이 공기가 뻑뻑하여 아내에게 말도 없이 배낭을 메고 무작정 나섰는데

막상 갈 곳이 없다.

 

갈 곳이 없을 땐 강화도가 좋다.

강화행 버스에 올라 강화 어디를 갈까 고민하며 두 시간 걸려 강화 버스터미널에 도착

따스한 커피 한 잔 마시는데,

발이 날린다.

 

 

교동도 버스를 알아보니 13:40 

무작정 기다릴 수 없어

마음도 추스를 겸 강화도 순환버스를 타고 장화리에서 내려 화도면 버스터미널까지 걷기로 했다.

  

 

어렸을 적,

아버님께서 만들어 주셨던 썰매를 타고 얼음을 지치던 기억이 또렷한데

어느새 내 머리칼은 허옇다.

 

 

 미끄런 오름길 오르다 아이젠을 챙기지 못했음을 후회했다.

 

 

 

  지난 여름 수세미와 박이 주렁주렁 달렸을 넝쿨 터널을 혼자 걷는다.

 

 

 

기다림

무엇을 기다리고 있을까?

 

 

바다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불쑥 나타난다.

 

 

 

아스름한 그리움처럼

작은 섬

 

 

논에서 먹이를 주워 먹던 철새들이

내 발소리에 놀라 잔뜩 화가 났는지 소리를 지르며 하늘로 오른다.

 

 

 

 

 

 

오홋~ 이곳이 강화 나들길

 

 

 

바다에 얼음이 얼고 하늘엔 눈 내리는 날

 

 

 

강화도 장화리 겨울 풍경

 

 

 

하얀 눈길을 걷다가 문득 내 발자욱이 궁금해진다.

 

 

 

아직 거두지 못한 빛바랜 대파가 눈을 맞으며 오들오들 떨며 누워있고

정자가 을씨년스럽게 서 있다.

 

 

이름 모를 열매를 보니 가슴이 아리다.

 

 

 

 아름다운 동네와

눈 속에서도 꿋꿋이 선 억새를 동무하여 담는다.

 

 

 

 

 

 

인적 없는 눈 덮인 산길도 걷고

 

 

 

눈 덮인 낙엽도 담고

 

 

 

갈대도 담고

 

 

 

산길을 벗어나 얼음이 밀려온 바닷가에서

그리움처럼 육지에서 떨어져 나간 먼 곳의 섬 주문도를 담아본다.

 

 

그런데

아무도 없는 외진 곳에서 발라당 뒤로 넘어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있다가 가장 충격이 큰

 목과 엉덩이를 한참 문지른 후 뻐그적 거리며 겨우 일어났다.

하늘이 누렇고 온몸이 뻐근하다.

 좁은 들길에 얼음이 눈에 덮여 뵈지 않았던 것이지만, 지난밤 아내와 불필요한 언쟁에 대한 하늘의 벌이라 생각하고

 언쟁을 후회하며 다시 걷는다.

 

 

매서운 한파에 시달린 뾰쪽한 가시가 달린 찔레나무얼음판에 넘어져 허우적거리던

내 모습이 닮은 듯하다.

 

 

곳곳이 빙판인데 아이젠도 없이  덮인 나들길을 걷기 어려워 큰길로 나섰더니

 

 

솟대에 앉은 오리들이 잘 판단한 처사란다.

 

 

 

저 아래 보이는 하얀 비렁길을 걸었어야 했는데, 아이젠도 없이 걷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고 말고.

 

 

 

좁은 어깨 서로 맞대고 추위를 견디는 강아지풀처럼

우리

소박하게 나이들면 좋겠어.

 

 

젊었을 적,

하늘에 닿을 듯 오르던 푸르름도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누렇게 빛바랜 이파리만 남아 추위에 떨고 있다.

 

우리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탐욕과 시기와 질투 그리고 패거리가 되어 저 잘났다며 으스대는 가진 자들과 그것에 빌붙어 두 손 비비는

피비릿내 물씬 나는 전쟁터 같은 오늘 한반도의 현실도 부질없는 하루살이일 뿐이다.

 

 

바다 건너 석모도와 멀리 강화 외포리가 보이는 풍경 좋은 곳의 하얀 눈길 끝에 서 있는

두 채의 집이 인상적이다.

 

 

고갯길을 넘어 선수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저 멀리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멋진 건물이 바다를 향해 서 있어 사진을 담아보려는데,

펜션 입구에 눈을 치우시던 분이 내게 춥지 않으냐며 꿋꿋하게 걸으시는 모습이 아주 좋게 보인다 난로가 피워져 따스한

우측 하얀 건물로 들어와 잠시 쉬어가라며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그분은 나보다 두 살이 위였다.

 

아까 넘어져 온몸이 쑤시고 날도 차가운데 얼마나 달콤한 말인가!

따스한 커피 한 잔 드시라는 그 말이 정말 고맙고 감사했다.

 

 

빗자루로 눈을 쓸고 계신 분이 나와 커피를 마셨던 이곳 사장으로,

12년 전,

울 은평구 살다가 건강이 좋지 않아 경치가 좋은 곳을 찾아다니다가 이곳이 맘에 들어 펜션을 지어

 노후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요즘 곳곳에 펜션이 많이 들어서 쉽지만은 않다고 하신다.

 

 

마리 펜션에서 보니 석모도와 외포리 사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크리스마스트리로 장식된 두 마리 사슴이 인상적이다.

 

 

마리 펜션에는 조그맣게 워터파크가 조성되어 여름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물놀이를 할 수 있고,

 바다로 내려가는 길을 조성해 많은 투자를 했음을 알 수 있다.

 

 

약 1시간을 머물다 보니 해가 넘어가 일어서겠다며 건강하시고 사업 번창하시라며

악수를 하고 마리 펜션을 나섰다.

 

화도면 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가려면 거의 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아 걱정하며 걷는데.

승용차 한 대가 내 앞에 선다.

조금 전 마리 펜션에서 내게 커피를 갖다 준 그 집 아들로 아버지께서 나를 화도면 버스터미널까지 모셔다 드리랐단다.

눈 내려 미끄런 어두운 길 걷지 않게 차까지 배려해 주신 마리 펜션 사장님께

이곳을 통해 다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