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의 경지에 이르는 료안지(龍安寺)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킨카쿠지(金閣寺)를 나와 다음 행선지는
선(禪)의 경지를 표현한 카레산스이 정원(枯山水 庭園)의 정수로 이름난 료안지(龍安寺)이다.
킨카쿠지와 가까이 있어 시간이 여유로우면 천천히 걸으며 방금 나온 킨카쿠지를 되짚어 볼 수 있겠으나
여유 없는 일정이라, 킨카쿠지마에에서 59번 버스를 타고 료안지마에 하차.
입장료 500¥
여행 준비하면서 많은 시간을 효율적인 동선과 이동 거리 그리고 정확한 교통편을 찾아 노트에 기록한 것이
교토 여행의 짧은 일정임에도 이동 시간을 줄여서 여러 곳을 볼 수 있었음은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에서의 경험에 의한 소득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붉은 단풍 터널 옆에는 킨카쿠지에서와 마찬가지로 연못이 조성되어 운치를 더한다.
우리나라 절에서도 자주 연못을 보지만,
전체 구도에서 연못이 차지하는 것은 일본이 훨씬 더하다.
료안지 전도에서 보면 많은 건물이 있지만
석정(石庭)이 있는 방장(方丈) 내부만 볼 수 있고 나머지 건물은 들여다볼 수 없는 것이 일본 절의 특징이다.
방장(方丈) : 선종의 선원에서 주지의 방을 뜻한다.
료안지 풍경
석불상
료안지는
입구에서부터 붉은 단풍으로 물들어 그 속에 묻혀있다.
료안지의 상징인 카레산스이 정원을 보려면 신발을 벗고 방장과 맞닿은 마당에 마치 갈퀴질을 한 듯
정결한 모양의 이랑을 이룬 모래밭과 군데군데 작은 바위가 놓여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선 마루 풍경
료안지 카레산스이 정원의 이시니와(石庭)
카레산스이(枯山水) 정원은
말 그대로 '메마른 산수'의 정원이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심지 않고 모래와 돌로 산수의 자연을 표현하는 중세에 들어와 귀족문화가 무사 문화로 바뀌면서,
무사 계급이 심취한 선종(禪宗)의 영향으로 정원이 상징적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이곳 료안지(龍安寺) 카레산스이 정원.
15개의 돌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5개, 2개, 3개, 2개, 3개씩 무리 지어 놓았는데 돌의 모양, 크기, 배치를 통해 우주를 표현한다.
15개의 돌은 어느 곳에서 보더라도 결코 다 보이지는 않는다. 한 번에 모든 바위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금기에 속한다.
깨달음의 눈이 열리지 않았는데 어찌 세상 전부를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인가.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이 우주를 이해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며,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
참선만이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다.
그래서
료안지에서는 많은 사람이 무릎 꿇고 명상에 잠겨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료안지 내부
료안지 방장
방장 마루 바로 아래 있는 석정(石庭)
명성을 들어 큰 기대를 하고 찾아간 석정은 거대하지 않은 25m 수영장 크기에
하얀 모래 그리고 크고 작은 바위와 이끼가 여기저기 놓여있는 것이 전부인 것 같으나,
15세기 중반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카레산스이 정원은
돌의 모양, 야합, 집산, 원근, 기복으로 바다 , 우주, 등 여러 사물을 상징하며 보는 이의 사상과 신조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된다.
東에서 西로 놓인 15개 돌은 5개, 2개, 3개, 2개, 3개씩 무리지어 배치되었고,
돌 둘레는 이끼와 흰 모래로 채워진 채
얕게 패인 이랑이 에워싸고 있는, 이는 바다를 상징하며 솟아오른 돌은 섬을 뜻한다.
보는 위치에 따라 바위의 개수나 모습이 달라 보이며
어디서 보건 절대로 15개의 돌이 한꺼번에 보이지 않는 게 특징이다.
이는 인간이 완벽한 존재가 아니며, 한 번에 모든 것을 손에 넣으려는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은유적으로 보여 준다.
건물과 건물을 잇는 통로
방장 뒤쪽 정원에 있는 쓰구바이
쓰구바이 : 다실에 들어가기 전에 손이나 입을 맑게 하기 위해 세숫물을 담아둔 돌 그릇으로,
웅덩이의 낮은 위치 때문에 물에 닿기 위해서는 허리를 구부려야 하고 이는 기원과 경의를 말해준다.
돌 표면에는 4개의 글자(五・隹・矢・疋) 가 있는데 그것만을 읽었을 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각각의 글자를 읽으려면 그릇 중앙의 "口"자를 각각의 글자에 결합시켜서 4개의 한자 오유지족(吾唯知足) 이다.
직역은 "나는 오직 족(足)함을 알 뿐이다" 이다.
새겨진 이 구절의 의미는 불교의 기초적인 반물질주의적 가르침을 보강하는 것이다
오유지족의 의미 : 선종의 격언으로 "남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자신에 대해 만족함을 알라."는 뜻이란다.
료안지 내부
료안지는
귀족의 별장을 개조해서 1450년에 세운 선종 사찰이지만, 1467~1477년의 긴 전란과 1797년의 화재로 대부분의 건물이 불타
지금은 1798년 세이겐인(西源院)에서 옮겨온 방장과 일부 건물만 남아있다.
참 아기자기한 창문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탑을 연상하게 하는 조형물에 뭔가를 빌고 있는 남녀
오사카와 교토에서 이미 세 곳의 큰 절을 다녔는데 우리나라 절에 흔히 있는 석탑과 큰 석불을 보지 못했다.
왜 이렇게 잘랐을까?
욕심이리라.
료안지 이끼 정원을 돌아보다 만난 꽃이다.
잠시 내린 비에 젖은 하얀 꽃잎 속 노란 꽃술의 모습이 사그라지는 나의 원초적 본능을 불러일으킨다.
절 안에 음식 영업을 하는 곳이 있다니
원래 내 여행 계획은 이렇게 여유 없는 것이 아닌데,
오사카 시내에서 이틀을 보내는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둘러 다음 행선지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이번에는 교토 동북부에 있는 긴카쿠지(銀閣寺)와 철학의 길이다.
교토 서부에 있는 료안지마에에서 59번 버스를 타고 다시 킨카쿠지미치에 내려 204번 버스로 환승
교토 시내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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