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끝날, 땡볕의 원적산에서 천마산
언제 : 2014년 7월 31일 목요일
어디 : 인천 원적산과 천마산
오늘 새벽 5시
내일부터 태풍 나크리가 제주도에 영향을 준다는데, 아내는 회사 동료와 제주도로 떠났다.
날마다 백수인 나는 아내를 배웅하고
커피를 내려 냉커피를 만들고, 점심으로 고구마와 토마토로 배낭을 꾸려 혼자의 허한 마음을 달래보려고
10:15
원적산에서 계양산까지 약 7시간 산행길에 집을 나섰다.
참으로 더운 날임에도 많은 분들이 원적산을 오른다.
원적산 팔각정
돌배나무가 우리의 삶처럼
얽히고 기대며 나이 들고 상처 입으면서도 우리에게 그늘을 선물한다.
내가 가장 좋아는 원적산 솔밭 길의 밴치
숲 틈으로 보는 SK공장
인천 서구 구민과 항상 마찰을 일으키는 공장인데도 쩐(돈)에는 정부도 어쩌지 못해 국민도 보이지 않은가 보다.
오홋!
오늘 걸어야 할 코스가 숲 틈으로 멀리 천마산과 계양산이 조망된다.
원적산 오를 때면,
연로하신 어머니와 장인 장모님 건강과 내 가족의 건강 그리고 재력과 슬기와 평화가 우리와 함께하기를
산신령님께 빌며 기원이 끝날 때까지 돌고 도는 돌탑
가정동 데크에서 본 서구
나는 원적산에 올 때마다 이곳에서 가곡 옛 동산에 올라, 유심초 그리고 조용필 창밖의 여자를 목청껏 부르면
가슴이 뻥 뚫려 무겁던 마음을 내려 두고 간다.
군사정권 시절 전쟁을 대비하여 만들었던 참호들이
원적산과 천마산 계양산 곳곳에 많이 남아 지난 날 아픈 역사를 본다.
원적산을 걸어 다음 코스인 천마산에 오르기 위해 경인고속도로를 건너고 슈퍼에서 찬물을 한 병 사서
천마산 팔각정을 향해 헉헉대며 오른다.
청라신도시
천마산 팔각정에서 고구마 썰어 말린 것과 토마토로 점심을 들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본 인천 서구 가정오거리 재개발지역이 공터로 남아있다.
2014년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점심을 먹고 너무 더워 1시간이 넘도록 휴식을 취했던 천마산 팔각정
아직도 걸어야 할 천마산 정상과 멀리 계양산이 조망된다.
군사시설 지역이라 철조망이 둘러쳐 있고,
오늘은 군인들이 사격하느라 총소리가 골짜기를 울리며 돌아와 귀를 자극한다.
오랜만에 40년 전, 낯선 강원도 화천 사방거리에서 내 젊음의 한 때를 바쳤던 날들을 추억하며 길을 걷는다.
마음 편하게 여름 하늘에 오른 뭉게구름을 본다.
징하게 더운 날이라
산길을 걷다가 뙤약볕을 피하느라 그늘에서 자주 휴식을 취하다 보니 평소보다 늦은
15:00 천마산 정상에 선다.
천마산 정상에서 부평 북부지역과 부천 시가지가 조망된다.
부평시가지 한가운데 자리한 옛 대우자동차 건물이 하늘색 지붕으로 보인다.
중구봉에서 바라 본 천마산 정상
중구봉 오를 때 햇볕이 너무 따가와 포기하고 하산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60년이 넘게 살아온 오기로 중구봉에 올랐다.
15:30
오늘 걸을 코스의 남은 구간인 계양산 정상이 바로 앞에 섰는데,
마실 물도 떨어지고 다리도 뻑뻑하고 햇볕 또한 너무 따가워 솔 숲에서 신발 벗고 양말 벗고
질편하게 쉬며 계양산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싸리꽃
어언 40여 년이
지난
강원도 화천 사방거리 민통선 이북
그곳
만주벌판을 달리던
고구려 군사
그날
기세처럼
흙먼지 일으키며
화살처럼
달리던 찦차 향해
빳빳하게
거수경례하던
나를
웃는 듯
우는 듯
한 여인이 보고 있었다.
아직도
산길에서 싸리꽃 보면
알싸한
그 여인 생각한다.
'牛馬처럼 걷는 인천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화) 우리나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찰 전등사(傳燈寺) (0) | 2014.08.08 |
---|---|
(강화)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三郞城) (0) | 2014.08.06 |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황혼과 야경 (0) | 2014.06.22 |
(인천) 아내와 송도국제도시 양귀비 꽃길을 걷다. (0) | 2014.06.16 |
(인천) 을왕리 선녀바위 바람 부는 날 아내와 함께 (0) | 2014.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