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젖은 능소화
언제 : 2013년 7월 23일 화요일
연일 장마로
외출하기 어려워 집에 머물다 보니 몸 상태가 엉망이 되고 정신도 혼미해
우산을 받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봅니다.
아파트 담을 타고 올라 꽃 피운 능소화가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리어
통째로 떨어져 전쟁터의 병사와 같이 누워있습니다.
-능소화의 전설-
옛날 궁궐에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는데,
어느날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이에 빈의 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임금은
그 후로 빈의 처소에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임금을 기다리다 지친 소화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는데
'담장 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 라고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이듬해 여름,
소화가 살았던 처소의 담장을 덮으며 주홍빛 꽃이 넝쿨을 따라 주렁주렁 피어났는데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겅믐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그 꽃이 능소화이며
꽃말은 그리움. 명예. 자존심이라고 합니다.
능소화
雨村
발발 타는 삼복 염천. 정(情) 두고
가신
임
행여 오실까
담장
올라
먼 곳 바라보는 자태
너무 고와
아린
여인.
징글
징글
열대야 잠 못 이루고
편두통 같은
외로움
참을 수 없어
붉은
가슴
풀어놓고
탐(貪)하면 눈 멀게 한(恨)을 품은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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