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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바람꽃

 

 

 

 

바람꽃

 

 

오전 내내

바쁘던

마이산 암수봉우리 사이 계단에 침묵이 누워있습니다.

 

돌아가려

늦은

나래 펴니 

올망졸망 탑들이 두 손 흔듭니다.

 

격정의 숨 고르며

몰랑에 앉았는데,

 

'오시다가 바람꽃 보셨나요?'

 

놀라

돌아보니

두 손 모은 승복의 여인이 미솔 건넵니다.

 

바람꽃?

 

'계단 중간 섶에

바람꽃은

 

7년 동안

동토에서 극한의 도 

닦다 

 

지금

꽃 피운 

귀한 인연이니 만나시고 가시지요.'

 

계단

다시 내려가

나뭇잎

미소 머금은 바람꽃 손잡고

 올라오니

 

고웁던 

여승 뵈지 않고

어둠을 유영하는 처절한 공멸음(恐滅音)

혼자

날 기다립니다.

 

그 후

내 안

한켠을

바람꽃에 내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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