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
오전 내내
바쁘던
마이산 암수봉우리 사이 계단에 침묵이 누워있습니다.
돌아가려
늦은
나래 펴니
올망졸망 탑들이 두 손 흔듭니다.
격정의 숨 고르며
몰랑에 앉았는데,
'오시다가 바람꽃 보셨나요?'
놀라
돌아보니
두 손 모은 승복의 여인이 미솔 건넵니다.
바람꽃?
'계단 중간 섶에
핀
바람꽃은
7년 동안
동토에서 극한의 도
닦다
지금
꽃 피운
귀한 인연이니 만나시고 가시지요.'
계단
다시 내려가
나뭇잎
속
미소 머금은 바람꽃 손잡고
올라오니
고웁던
여승 뵈지 않고
어둠을 유영하는 처절한 공멸음(恐滅音)
혼자
날 기다립니다.
그 후
내 안
한켠을
바람꽃에 내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