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지난밤 오신 임
누가
볼까 봐
잠든
길
저벅저벅 깨웁니다.
지난밤 나눈 정
눈치
챌까 봐
태양도
살짝
눈을 감습니다.
아주 옛날
어여쁜 아내를 가진 화공(畵工)이 있었다는데
성주가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 수청을 강요했으나
거절하자
그녀를 성 꼭대기에 감금시켜 버렸습니다.
아내를 빼앗긴 화공은
성 아래에서
그녀가 있는 성 꼭대기를 몇 날을 바라보다
그리움의 그림을 그려
성 아래 묻고
죽고 말았는데
어느 날
성벽을 타고 오르는 꽃을 본 아내는
꽃에게 말을 하나
너무 멀어 말을 들을 수 없자
말이 잘 들리게 나팔 모양의 꽃이 되었다는
애잔한 전설.
햇살이 깨우고
바람이
흔드는 어둠에서도
끝도 없는
순명(順命)의
기도로
여명(黎明)을 따라
조용히
꽃을 피우는
그대는
애절한 사랑을 아는
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