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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詩 감상

나는 아직도/박재삼

나는 아직도

 

박재삼

 

나는 아직도 꽃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찬란한 노래를 하고 싶습니다만

저 새처럼은

구슬을 굴릴 수가 없읍니다.

 

나는 아직도 놀빛 물드는 마음으로

빛나는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만

저 단풍잎처럼은

아리아리 고울 수가 없읍니다.

 

나는 아직도 빈 손을 드는 마음으로

부신 햇빛을 가리고 싶습니다만

저 나무처럼은

마른 채로 섰을 수가 없읍니다.

 

아, 나는 아직도 무언가를

자꾸 하고 싶을 따름,

무엇이 될 수는 없읍니다.

 

사람이 사람의 생각처럼 무엇을 이루어 살 수는 없다 제 아무리 빼어난 사람이라도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갖고 있는 사람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한 목숨을 갖고 나무가 되거나 새가 되거나 빛나는 노을이 될 수 없음은 神이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조화롭게 생각할 수 있는 지혜만 갖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때문에 마술이 발전되었고 음악이 발전 되었고 문학이 발전 되었고 미술이 발전 되었고 과학이 발전 되어 생활의 편리함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그 생활의 편리함을 도모하다보니 그 자연의 순리에 역행하는 모순을 낳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자연의 순리를 역행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새는 새의 울음을 간직할 수 있고 나무는 고운 단풍잎을 하늘은 노을 빛을 가슴에 담아 놓을 수가 있다 그러나 사람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무언가 아무리 이루어 내려고 해도 결국 사람일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사람이 사람으로 살 수 있는 시간에 자연의 모습을 닮아 가려는 노력은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살겟다는 마음 일 것이다 그 마음을 박재삼 시인은 노래하였다는 것을 읽을 수 있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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