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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詩 감상

그리움/유치환

그리움

                       유치환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었느뇨.

 

 

그리움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도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사랑하는 정향!

  바람은 그칠 생각 없이 나의 밖에서 울고만 있습니다.
  나의 방 창문들을 와서 흔들곤 합니다.
  어쩌면 어두운 저 나무가, 바람이, 나의 마음 같기도 하고
  유리창을 와서 흔드는 이가 정향, 당신인가도 싶습니다.
  당신의 마음이리다.
  주께 애통히 간구하는 당신의 마음이 저렇게 정작 내게까지 와서는 들리는 것일 것입니다.

  나의 귀한 정향, 안타까운 정향!
  당신이 어찌하여 이 세상에 있습니까?
  나와  같은 세상에 있게 됩니까?
  울지 않는 하느님의 마련이십니까?
  정향! 고독하게도  입을 여민 정향!
  종시  들리지 않습니까?
  마음으로 마음으로  우시면서 귀로 들으시지 않으려고 눈 감고 계십니까?
  내가 미련합니까?
  미련하다 우십니까?
  지척 같으면서도  만리길입니까?
  끝내 만리길의 세상입니까?

  정향!
  차라리 아버지께서  당신을 사랑하는 이 죄값으로 사망에의  길로 불러 주셨으면 합니다.
  아예 당신과는 생각마저도  잡을 길 없는 세상으로

   .. 유치환으로부터 이영도 여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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