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그것은 열정은 아니 드라만
귀로(歸路)의 철새
날갯짓
힘에 부칠 때
무언(無言)의
눈 부라림이었지.
폭풍우,
눈보라 속에서
낙엽,
꽃잎 지던 밤
발 동동 구르며
무적(霧笛)을 울리던
항거(抗拒).
아,
산다는 것은
구속인 것을.
영산홍
뚝뚝
붉은 눈물 흘리던
5월
비 내리던 밤
영혼의 불빛처럼
언뜻언뜻 비추이던
그 빛
아,
그 불빛마저도
구속인 것을.
-시작노트-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 106년 된 팔미도 등대를 보았다.
담담히
비바람에 견뎌온 하얀 구조물
역사의 아픔은 말하지 말자.
푸른 하늘과 쪽빛 바다 그리고 한 척 유람선에 나를 맡기고
홀로
다녀옴의 낭만을 아실랑가?
꼭
함께 하고픈 사람
잊혀져 가고.
낭만이란 사전적 의미는
실현성이 적고 매우 정서적이며 이상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심리 상태.
또는 라틴계 토속어로 쓰인 가공적인 이야기를 뜻하는 roman에서 유래한 것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어서
타인에게는 전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것이 자신에겐 낭만(浪漫)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
낭만이지만
낭만은 아름답고 따뜻하며 좋은 기억의 편린(片鱗)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