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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기다리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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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마음

 

행여,

햇빛 내리는 돌담에 귀 대고

어디쯤 오시는가

 

눈 내리는 날

가지 끝에 달린 노란 유자처럼

가슴 저미게

 

좋아하는 사람 기다리는 기분을

 

누군가

기다려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바람에 붙들려 가면서도

창문 두드리는

낙엽,

 

하늘 보이지 않는 문틈으로

서걱서걱

눈 내리는 소리마저도

 

 

누군가 기다려 보지 않은 사람은

그 가슴 졸임을

모를 것이다.

 

암벽에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의

하얀 굴욕

 

어둔 밤

눈 밟는 파열음의

검은 허무

 

오지 않는

누군가를 

목타게 기다려 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마음 모를 것이다.

 

천 년을 

미소 잃지 않는 마애석불처럼

 

어디선가 그렇게

아직

내게 오고 있을 당신을

기다린다.

 

난로 위

엽차 끓는 주전자 달그락거럼처럼

 

반백 중년이 되어서도 그렇게

내게

오고 있을 당신을

기다린다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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