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포를 걸으며
이제 돌아가야 하는데 파도는 아직도 나를 부른다.
텅 빈 만리포
홀로
처절히 붉은 저녁노을
배 한 척
아직
시커멓게 등 돌려 앉아있고
초나흘 초승달
그리고
나(我) .
값싸게 치부해버린
인연의
무관심이
혼자일 때
하필이면
돌아봐 지고
무시하면
할수록
더 아파지는 것일까.
밤이면 외롭지 않은 불빛
몇 개이며
가슴에 감춘
아픔 없는 사람
또
얼마나 될까.
손 닿을 수 없는
저만치
섬으로 앉아
파도의 핥음으로 그 상처 다독이며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어금니 박차고
헛웃음
샌다.
정적
갯바위
후회.
갯바위는
지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하고
남의
허물 탓함을
밤이면 후회한다.
아픈 것이
더 뚜렷이
다가오는
눈썹달
떠있는
만리포
허적허적
알몸으로
바다를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