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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馬처럼 걷는 전남 여행

(전남 구례) 국립공원 제1호- 아들과 지리산 종주를 향해

아들과 함께 한 지리산 산행기

 

일   시 : 2008. 5. 27~29.

누구랑 : 아들과 함께

산행구간 : 지리산 종주예정(성삼재- 천왕봉- 대원사)

 

5월 27~30일까지 연차와 휴일을 포함하여 4일간의 쉬는 날이 있어

머잖아 입대할 아들과 지리산 종주 산행을 하기로 하고 26일 종일 근무를 했기에 집에서 편히 쉬고 다음날 출발해야 함에도

시간을 줄이려고 쉬지않고 아들과 영등포역에서 22:57 출발 구례구역에 다음날 03:30 도착하는 기차에 올랐다.

 

아들은 기분이 한껏 올라 있었으며 아빠 말에 어찌나 순종을 하는지 저절로 힘이 났다.

인터넷으로 연하천과 장터목 대피소에 숙박 예약을 못 하여 비박 준비까지 하고

아내가 정성스럽게 싸준 반찬류와 삶은 달걀을 아들과 내 배낭에 넣으니 한 짐이 되었다.

 

허구한날 

아들이 군대 간다고 빈둥거리기만 하여 못 마땅해 자주 꾸중을 했더니 나를 피하기 일수였는데

밤 기차를 타고 지리산 산행을 한다니 아들이 사랑스럽게 보이며 자기의 뜻을 펴지 못하는 아들이 달리 보였다.

 

구례구역에서

 

03:30

구례구역에 03:30 도착하니 택시들이 호객행위를 하는데 마침 성삼재 가는 버스가 대기하고 있어

구례읍에 도착 뜨거운 어묵으로 속을 달래고 아들에게 지리산 등산로가 있는 수건을 사 주었다.

아들은 우리가 산행할 코스를 더듬어 가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아침식사용으로 김밥을 사고 꾸불꾸불 성삼재를 올라 버스에서 내리니 칠흑 같은 밤이다.

 

 

04:40

사방은 어둡고 저 멀리 산아래 구례군 산동면 온천지역 불빛이 아스라하다.

서두르면 노고단에서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니 벌써 노고단 쪽이 훤해진다.

 

 

 

 

 

노고단 산장

 

 

05:40

 

노고단 대피소를 지나 서둘러 노고단 고개에 도착하니  멀리 반야봉 어깨너머로 감동의 지리산 일출이 시작되고 있다.

감동이었다. 

사랑하는 아들과 노고단에서 일출을 볼 수 있음은 행복이고 행운이었다. 

 

 

반야봉 어깨로 일출이 보이고 아들 머리 옆 아스라이 보이는 뾰쪽한 곳이 지리산의 정상 천왕봉

그곳이 우리의 목표다.

신선한 바람 그리고 아침 햇살과 노고단의 정기를 듬뿍 받으며 구례읍에서 준비한 김밥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노고단에는 아직 철쭉이 피어있고 햇살을 받은 초목들의 몸짓은 너무 아름다웠다.

 

 

정해진 시간 외엔 입산통제하여 멀리서 사진을 찍은 노고단

 

06:00

 

6년 전 아들 중 2학년때 지리산을 함께 오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완주를 목표한 것이 아니라 성삼재- 노고단- 뱀사골- 반선코스를 작정하였고

오늘 우리는 종주를 목표로 출발하는 것이다.

드디어

우리 대장정의 발걸음이 시작되었고, 철쭉꽃의 질긴 생명력처럼 우리는 화이팅! 을 외치며 임걸령을 향했다.

 

 

 

 

 

07:00

 

임걸령까지의 산길은 좋고 길 가의 고목이 인상깊다. 임걸령에 도착하니 아들은 추억에 잠긴다.

여기서 마신 물맛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우리는 물병에 물을 채우고 노루목과 반야봉 그리고 삼도봉을 향했다.

어찌하여 임걸령에 시원한 샘물이 흐르는지 이유가 있었다.

임걸령에서  노루목까지의 길은 힘든 오르막이다. 여기서 충분히 수분을 섭취해야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07:40

 

노루목 도착

아들이 힘들어해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뒤돌아보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눈에 잡히며 멀리 노고단이 장대한 기개를 자랑한다.

내일은 큰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나는 무리하더래도 세석 대피소까지 가고 싶어 발걸음을 서둘렀다.

처음 계획은 연하천에서 1박을 하고 둘째 날은 장터목에서 1박을 예정했으나

비가 내리면 아들이 걷는데 힘들 것 같아 최대한 첫날 멀리 가야겠다는 생각에 약간의 속도를 내었다.

 

노고단을 뒤돌아 보며

 

08:30

 

삼도봉에 오르니 아들이 주저앉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오직 내일 비 내림을 걱정하며 향후 일정을 저울질하고 있었다.

 

 

 

 

삼도봉에서 바라본 지리산 골짜기

 

삼도봉에서 화개재까지는 나무계단 길이라 편할 수 있는데 아들의 발걸음 소리가 무겁다.

계단 길로 내려가는 것이 징그럽고 힘들다며 신경질을 부린다.

이러면 안되는데......

 

삼도봉에서 화개재까지는 지루한 나무계단.

 

화개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옛날 아들과 화개재에서 뱀사골로 하산하여 반선에서 민박했고, 아침식사는 산나물비빔밥에 버섯

된장국이 아주 맛있었다며 아들은 잠시 회상을 한다.

 

 

토끼봉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들의 긴 바지가 더 힘들게 보여 반바지로 바꿔 입히니 제법 오르더니 어린아이처럼 털썩 주저앉아 버린다.

노고단에서 함께 출발했던 사람들은 모두 우리를 따돌리고 나의 마음은 바쁜데

아들은 다리에 힘이 빠져 도무지 더 못하겠단다.

머잖아 나라를 지키는 군인 될 놈이 이 정도에 포기를 하냐며 격려도 하고 달래도 보았으나

이미 아들의 마음은 굳어진것 같았다.

 

 

 

 

 

09:50

 

토끼봉을 오르다가 하산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리가 풀려 더는 걷지 못하겠다며 입을 벌리며 걷는 아들의 모습이 불쌍하기도 하지만 한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쩌랴!

욕심을 부리다 산속에서 아들이 잘못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하산을 결정했다.

아들은 미안한지 연하천까지만 가자고 했지만 그 마음을 모를까?

연하천 대피소에 예약도 못 하여 비박을 해야 하고 다음날은 비가 내리는데 대책이 없다.

 

 

"아들아! 이번에 아빠랑 완주를 못하지만 다음에 꼭 완주를 하거라." 했더니

아들은 웃기만 한다.

그러더니

속없이 앞장서서 하산을 한다.

아들! 조금 전까지 못하겠다던 놈이 무슨 힘이 있어 아빠보다 빨리 내려가느냐 했더니 

마음이 편하니 힘들지 않단다.

 

허구한날 낮과 밤을 바꿔 생활하는

 아들의 행동에 문제가 있어 이번 기회에 고생을 하드래도 지리산 완주를 해 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다. 

목표를 세워 사는 것과 목표없이 사는 것의 차이는 우리가 산행을 하는 것과 같다. 

오를때 처럼 힘들때가 있으면 반드시 내려오는 편함이 있다.

정상은 좁은 꼭대기이며, 많은 사람이 서지 못한다.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오른자 만이 그곳에 서고 희열을 느끼며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까지 볼 수 있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다는 것을 심어주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10:20

 

다시 화개재에 섰다. 더는 아들을 힘들게 하지 말자며  마음을 다잡고 아들에게 웃으며 대하며 

뱀사골 대피소에 도착하니

왠일이람!

대피소가 철거 되고 있었다. 아들과 비 내리던 날 이곳에서 비를 맞으며 밥을 하던 추억 그리고

굳이 아들은 대피소에서 자지 말고 반선으로 내려가길 원해 어두워 지기 전 반선에 도착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곳이 없어지고 있다. 우리의 추억도.

아쉬운 그 빈터 주변에 이름 모를 노란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뱀사골의 아름다운 풍경

 

 

 

 

 

11:20

 

뱀사골 간장소에 도착하여 점심 준비했다. 점심은 햇반과 라면 그리고 아내가 마련해준 반찬들. 

점심이 지리산에 입산하여 첫 식사이며 마지막이다. 

 

 

 

 

 

 

 

 

내가 점심준비를 하는 동안

아들은 자기때문에 완주를 못해 마음이 착잡하였는지 손가락으로 지도를 짚어가며 뭔가를 생각한다. 

 

 

 

 

 

 

 

 

 

 

 

 

 

 

 

 

 

 

 

 

아빠보다 앞장서서 씩씩하게 하산하는 아들

 

 

 

 

 

 

 

 

 

 

 

 

 

 

 

 

 

 

 

 

 

 

 

 

 

 

 

 

 

 

 

 

 

14:30

 

드디어 반선에 도착했다.

화장실에서 머리도 감고 땀을 씻어 새 옷으로 갈아입고 버스 정류소에 도착하니 남원~전주가는 버스가 16:05 있단다.

아내 보기 미안해 내일 남해 금산이라도 오르고 2박3일 일자를 채워 가고 싶어 아들에게

제안하니 더는 산행을 못하겠단다.

아내가 놀랄까 봐 전화로 사정얘기를 하고 오늘 귀가할 예정이라 하니 아내는 안타까워 한다.

 

고속버스안에서도 잠자는 아들.

 

18:40~21:30

 

반선에서 출발한 버스가 남원 그리고 오수, 임실을 거쳐 전주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 걸어서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막 출발하려는 우등고속버스를 간신히 탈 수 있었다.

인천에 도착하여 집 가까이 생맥주 집에서 아들과 가볍게 뒷풀이를 하고 술 취해 귀가했다.

 

- 여행 후기 -

 

젊었을 적 두 번이나 완주를 했고 아직도 산행을 하지만 지리산을 너무 만만히 생각했다.

그리고

아들도 평소에 운동을 하여 다리에 힘을 키우고 정신적으로도 강건해야 했는데

생각보다 곧 입대할 녀석의 체력과 인내력이 부족했다.

나 역시 출발하던 날 종일 근무를 하고 밤차를 타고 지리산 산행을 감행한 어리석음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충분한 휴식을 취했어야 했는데

어쨌든

아들에게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강인한 정신력을 넣어주려던 계획은 첫날 산행의 무모함으로 어긋나고 말았으나

그동안 티격태격 거리던 아들과 관계가 사랑으로 복원된것은 정말 가치있는 일이었고,

아들도 꾸준히 운동을 해야겠다고 이번 산행에서 절실히 느껴 또한 좋은 일이었다.

 

기회가 있으면 준비를 철저히 하여 아들과 지리산 완주를 꼭 이루고 싶다.

그리고

여러모로 지원해 준 아내에게 아빠와 아들의 지리산 완주의 실패를 안겨 주어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다.

아내에게

당신 남자들의 강함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도중에 돌아오게 되어 체면이 말이 아니지만, 언젠가 아들과 성공할거요!!!

 

경비내역

 

영등포~구례구역 기차표    44,000원

구례구역~성삼재 버스비      8,400원

허리띠, 어묵, 소주, 손수건   8,800원

반선~전주 버스비              19,400원

전주~인천 우등고속비        35,200원

뒷풀이와 아들 비상금         36,000원 

 

합계                                161,800원

 

 

지리산 소개

 

1967년 12월 29일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은 3개도(경상남도, 전라남·북도), 1개시, 4개군, 15개 읍·면의 행정구역이 속해 있으며, 그 면적이 471.758㎢로서 20개 국립공원 중 가장 넓은 면적의 산악형 국립공원이다.

지리산(智異山)을 글자 그대로 풀면 "지혜로운 이인(異人)의 산" 이라 한다. 이 때문인지 지리산은 여느 산보다 많은 은자(隱者)들이 도를 닦으며 정진하여 왔으며 지리산 골짜기에 꼭꼭 숨어든 은자는 그 수를 추정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지리산은 예로부터 금강산, 한라산과 함께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민족적 숭앙을 받아 온 민족 신앙의 영지(靈地)였다. 지리산의 영봉인 천왕봉에는 1,000여년 전에 성모사란 사당이 세워져 성모석상이 봉안되었으며, 노고단에는 신라시대부터 선도성모를 모시는 남악사가 있었다. 반야봉, 종석대, 영신대, 노고단과 같은 이름들도 신앙을 상징한다.

구름 위에 떠 있는 고봉 준령마다 영기가 서리고, 계곡은 웅장하면서도 유현(幽玄)함을 잃지 않는다. 천왕봉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주 능선의 거리가 25.5km로 60여리가 되고, 둘레는 320여 km로 800리쯤 된다. 지리산의 너른 품안에는 1,500m가 넘는 20여개의 봉우리가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의 3대 주봉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으며, 20여개의 긴 능선이 있고 그 품속에는 칠선계곡, 한신계곡, 대원사계곡, 피아골, 뱀사골 등 큰 계곡이 있으며, 아직도 이름을 얻지 못한 봉우리나 계곡이 많다.

이렇게 넉넉한 지리산의 웅장하고 아늑한 산세는 영·호남의 지붕으로서 이 지역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며, 생명의 산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지리산의 북쪽으로는 만수천-임천-엄천강-경호강-남강-낙동강이 이어지며, 남쪽으로는 섬진강이 흘러 생명수를 제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천왕봉 바로 아래 위치하고 있는 천왕샘을 비롯하여 주능선 곳곳에서 끊임없이 샘물이 솟아나고 있다. "산은 사람을 가르고, 강은 사람을 모은다." 고 했다.

경남의 하동, 함양, 산청, 전남의 구례, 전북의 남원, 이렇게 3도 1시 4군에 걸쳐 있는 지리산은 풍부한 동·식물만큼 그 문화는 동서간을 이질적이면서도 다양한 문화권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지리산은 단지 크고, 깊고, 넓은 것만으로 설명이 안되는 다른 매력이 있는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