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생각
비 내리는
토요일 오후
야간근무차 우산을 받고 길 나서는데
저만치
백목련이 비 맞은 체
인사를 한다.
서둘러 모퉁이 돌아서니
터질 듯한 가슴을 움켜쥔 라일락의 젖은
실루엣이
손짓을 한다.
날마다 지나는 길이건만
토요일 오후
비 내리는 날의 길은
색다르다.
약국을 거쳐
냄새 좋은 빵집 앞을 지나는데
저만치
궁뎅이를 씰룩이는 남자 옆에
꽉 조인 바지 입은 여인이
드럼통 같은
남자 허리를 붙잡고
궁뎅이를 숨 가쁘게 흔들며 간다.
토요일 오후
비는 내리고
문득
늦도록 일을 하는 아내
얼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