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날
섣달 그믐 되어도
고향 갈 수 없슴은 아픔이고
날 낳으신 부모님 찾아 뵐 수 없슴도
슬픔이고 말고.
삭막한 객지 서성이는 자리에
이빨빠진 바람은
성깔만 부리는데
이런 정
저런 정
나누던 님들은 소식도 없네.
어릴 적
가마솥에 물 데워 누룽지 같은 때 밀다
솥뚜껑같은 아버지 손에 얻어맞던 엉덩이가
아직 아프고
울지도 못하는 나를
내려다 보던
삼태성은 그대로인데.
탐욕과 이기로 시궁창같은 삶에 허덕이며
속 터 놓고
한 잔의 술
나누고 싶은 벗 없슴도
슬픔이고 말고.
예전엔
설이 다가오면 고향의 누군가가 서툰 글씨로
편지도 보내 주더니......
달님도
먼
귀향길에 올랐나 보다.
독주라도 한 잔 마시고
노모께 올 설도 고향 못 가 죄송하다고
전화라도 드려야 할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