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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자작詩

눈 내린 뒤 그믐달

 

눈 내린 뒤 그믐달

 

어느 남정네 가슴을

저리도

돌려 파 놓았을까

 

그 아픔 눈(雪)이 되어

지난 밤

미치도록 내려

 

냉혹한 세상살이 잠 재우고

요사스런 도시를 가리우고

좌절하여

홀로 아파하는 사람의 고통도 덮어 주었으리.

 

교만하게

우뚝 솟은 산들도 낮아지고

겸손하게 

비워진 광야도 돌아앉고

분노하던 

바다마져 숨 죽였으리.

 

흥하고 멸하고

차고 스러지고

그대  

 

이 새벽

가난한 내 가슴에 들어와

꽃이 되지 못하고

 

하얗게

하얗게

사위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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