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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詩 감상

그해 오월은 - 김정호

 

 

그해 오월은 / 김정호

 

 

하얀 꽃 한 송이 시들어간

오월

질긴 목숨 하나 불꽃이 되어 타오른다

 

세월은 흘렀어도

수천의 한 맺힌 통곡 소리 아직 귓가에 맴돌고 있다

 

초록 향기마저 잊어진

그 해 오월

꽃보다 고운 소녀의 싸늘한 주검도

태양을 뱃속에 넣고 두 눈을 감지 못한 임산부의 한 많은 얼굴도

날카로운 단검에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지만

 

그날 그 함성은

지금도 원혼으로 물결쳐와 시들어간 무덤 위에 무너져

우리들 가슴속에

오월의 장미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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