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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馬처럼 걷는 경기 여행

(시흥) 시흥 갯골에서 사색(思索)

 

언제 : 2023년 2월 5일 일요일

어디 : 경기도 시흥시 장곡동 724-32

 

 

새해 들어 

 개인사정으로 장거리 여행뿐만 아니라 가까운 곳도 다녀오지 못했는데,

올 들어 처음으로 시흥갯골을 걸어보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미세먼지가 짙어 가까운 소래산도 뵈지 않고, 평소 내가 좋아하는 서울 관악산과 주변 풍경도 볼 수 없어

아쉽고 아쉽다.

 

세월이 참 빠르다.

엊그제 새해를 맞이했는데, 벌써 입춘이 지났으니 먼 남녘엔 봄이 오고 있을 터인데,

이 시간 시흥갯골은 썰물로 갯골에 바닷물 마저 없어 썰렁하다.

그러나

약 한 시간 뒤 

내가 시흥갯골 생태 공원에 닿으면 갯물이 들겠다.

 

갯물이 없는 갯벌에는 철새들이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나는 그들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갯골을 따라 걷는다.

 

 

 

서해에서 소래 포구로 바닷물이 들어

한 갈래는 사진 상단 방향의 소래습지로, 다른 한 갈래는 사진처럼 갯골을 이루며

시흥 내륙 깊숙이 호조벌까지 갯물이 들고 나는데

바로 이곳이 시흥 갯골이다.

 

 

자전거다리

소래포구에서 갈라진 한 줄기 갯물이 갯골을 이루고, 시흥 늠내 둘레길도 시작되는 곳에

아주 인상적인 자전거다리가 있다.

갯물은 자전거다리를 지나 시흥 호조벌 깊숙이 드나든다.

 

 

 

갯물이 빠진 갯가에 오리떼는 고개를 날개 속에 박아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는데,

왜가리는 무엇이 두려운지 두리번거리며 경계가 심하다.

 

 

 

 

 

 

 

자전거다리

 

 

갯골을 걷는 부부가 자전거다리를 오르고 있다.

 

 

자전거 다리 위에서 본 시흥 갯골

갯골이 S자 형태로 형성되어 참 아름답고 그 갯벌에는 철새들이 편안히 휴식을 취하는 풍경이

매우 아름답고 평화롭다.

 

 

사실

오늘 시흥갯골을 걷는 것은 이유가 있다.

 

지난 1월 2일,

65세 셋째 남동생이 세상을 떠났다.

내가 한달간 병원 입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하여 집에서 요양 중, 잠이 오지 않아 혼자 뒤척이는데,

새벽 1시

카톡 문자가 왔다는 핸드폰 신호가 울린다.

 

평소 같으면 보지도 않았을 터인데,

괜히 숨이 가빠지고 손이 떨리는데,  열어보니 생각하지도 못한 내 동생이 별세를 했다네

어렸을 적

우리 형제들 중 가장 예의가 바르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들어 칭찬을 자주 받던 동생이었는데,

살면서

주변에서 지켜보니 나름 행복할 때도 있었고 힘들 때도 있었겠지만

내 보기엔 늘 고생만 죽도록 하더구먼......

 

 

어느새 동생을 보낸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아무리 내 건강이 좋지 않기로 내 친동생이 세상을 떠났는데  마치 남의 일인 양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것이 형제애이며, 이것이 사는 것인가?

 

몸이 조금 불편하다는 핑계로 방안에 박혀 있으니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해져 

아직 바람 차고 불편한 몸이지만,

시흥갯골 걸으며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가슴속 응어리는 소리 질러 토해내며

오랜만에 나만의 시간을 가져본다.

 

 

 세상을 떠나면 무엇이 남는가?

누군가는 슬퍼하며 울어주기는 하겠지만, 기억과 행동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더 냉정하게 말하면 아무것도 없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

 

살아 있을 때 잘 살아야할 뿐이다.

 

 

내 여정에서

필요에 의해 조금은 외롭지 않게 이웃과 관계를 맺으며 살지만 잠시 동행일 뿐, 영원함이란 없으며

또한 우리의 삶이 행복은 바람이지 삶의 실체는 아니다.

그러하기에

삶을 고해(苦海)라고 불교에선 말하지 않던가

 

 

 

시흥갯골을 찾는 철새들

 

 

 

 

 

 

 

 

 

 

 

 

 

내가 좋아하는 풍경이다.

멀리 관악산을 중심으로 시흥갯골이 아름답게 펼쳐지는데, 오늘은 미세먼지로 아래 사진처럼 

관악산도 뵈지 않고 황량하다.

 

 

 헛웃음이 나온다.

 

내가 무슨 좋은 일 보겠다고 중환자실에서 깨어나 겨우 살았더니,

동생이 먼저 세상을 떠나니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바보처럼 소리 죽여 울기만 하다가 내 동생을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 보내고

1월 12일 부모님 기일을 추도예배로 지내고

아직 마음도 추스리지 못하였는데,

1월 15일

뜬금없이 장모님께서 별세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한꺼번에 일이 터지니 정신이 사나웠다.

장모님 장례식 발인까지는 보지도 못하고 나는 다시 병원 신세를 지다가 퇴원하여

2월을 맞았다.

 

잊는다는 것은 기억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내 인생에 중요한 두 분이 내 곁을 떠나 영원히 다시 보지도 못함에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솔직히 생각 한 번 못하며 절절거리며 살고 있었다.

 

시흥갯골을 걸으며 너른 공간에 목이 찢어지도록 소리를 질러보았다.

조금은 가슴이 시원해 지는 듯싶지만

별다른 것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