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새벽
뜬금없는 인기척에
문 여니
가을이
몸
움츠리고 서 있다.
무심히 내리는 가을비에도
누구는
울고
또
누구는 떠난다.
올봄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세월호 참사
윤 일병 구타 사건
나라가
없는 듯
하늘도
땅도
울었고
대한 국민의 양심이 울었다.
그 울음
여름 지나고
가을 와도
여태 떠나지 못하고 한반도를 떠돌고 있는데,
회개의 통곡 소리
사라지고
흘렸던
노란 눈물도
더러운 힘에 의해 속절없이 말라버렸다.
내 탓이라며
오천만 국민 앞에 눈물 흘리며
약속하던
얄팍한 그 입술에서
새어나온
떨리던 소리
아직 생생한데,
남들은
그럴 수 있다고 할지라도
나는
거짓말쟁이라고 말하리라.
그렇게 살면
오래 살 것 같으냐고
차마
묻지도 않으리라.
어느새
시월,
산천에
4월의 눈물처럼
비 내리고,
오곡 익어
향기
넘치는데
왜 이리
가슴은
아리고 눈물 나는가
속임은
가을비에도
지워지지도 않기 때문이다.